먼저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거짓말을 했다. 지난 9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스타워즈 7)의 개봉에 앞서 내한했던 에이브럼스 감독은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며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꾸몄다고 말했다.
그러나 17일 개봉한 ‘스타워즈 7’은 이전 시리즈를 모두 봐 온 관객들에게 유리한 영화다. 레이(데이지 리들리), 핀(존 보예가),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등 신예들을 내세워 새로운 이야기를 끌고 가려고 하긴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추억의 캐릭터와 내용을 등장시켜 혼선을 준다.
심지어 이토록 불친절할 수 있을까. ‘스타워즈 7’은 이전 시리즈에서 등장한 인물들과의 관계, 이름, 그리고 생소한 용어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결국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신규 관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진입장벽이 더 높아진 이유다.
그래서 준비했다. ‘스타워즈’ 문외한들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용어와 인물을 정리했다. ‘스타워즈 7’을 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일단 숙지하고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스포일러 주의)
1. ‘제다이’가 뭐예요?
‘스타워즈 7’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제다이다. 제다이를 처음 들어보는 관객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스타워즈 7’가 이를 친절하게 설명할 리도 없다. 그러니 관객이 스스로 찾아볼 수밖에.
제다이는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조직이다. 이들에게는 포스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포스는 또 무엇이냐.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힘, 일반인들에겐 없는 능력이자 파워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 등을 말한다. 제다이는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며 은하계의 평화를 수호한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1980)에서는 제다이의 기사가 되기 위해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요다에게 훈련을 받는 모습이 그려진다. 제다이가 궁금한 영화 팬이라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4편과 5편, 6편인 오리지널 시리즈 3부작을 추천한다.
2. ‘드로이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드로이드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을 가리킨다. ‘스타워즈 7’에서는 에이브럼스 감독이 축구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새롭게 만든 드로이드 ‘BB-8’이 등장한다. ‘BB-8’은 축구공처럼 굴러가며 이동하고 인간과 대화도 한다. 이번 영화에서 ‘BB-8’은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로 등장해 주연급 연기를 해낸다.
그런데 ‘스타워즈 7’에서 ‘BB-8’의 부모 뻘인 ‘C-3PO’와 ‘R2-D2’가 동시에 나타나 혼선을 준다. 물론 ‘스타워즈’ 문외한들에게 말이다. 세 로봇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은 예전 시리즈를 모두 탐독한 팬들에게는 뭉클한 장면으로 꼽히지만, 문외한들은 별다른 큰 감흥을 얻지 못했다. 두 로봇은 이번 ‘스타워즈 7’까지 전 시리즈에 출연한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다.
금빛 로봇으로 사람 형태를 하고 있는 ‘C-3PO’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졌고 600만 종에 달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다. ‘R2-D2’는 ‘C-3PO’의 단짝 친구로 우주선 조종부터 무한 메모리 저장 등 능력을 지녔다. ‘R2-D2’는‘스타워즈 7’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일등공신이다.
3. 다스베이더 & 퍼스트 오더?
다스베이더는 ‘스타워즈’의 대표적인 악인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1988),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에서 주요 악인으로 등장했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에선 다스베이더의 탄생 배경이 다뤄지기도 했다.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이라는 유행어를 남긴 그는 사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밝혀지면서 ‘스타워즈’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영화 흐름상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리기도 했으니까.
이번 ‘스타워즈 7’에서는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이 다스베이더의 뒤를 잇는 악역으로 나온다. 다스베이더처럼 검은 마스크를 쓰고 가운을 펄럭이며 돌아다닌다. 또한 다스베이더 못지 않는 막장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에이브럼스 감독은 ‘아임 유어 파더’를 의식한 듯 이 문장을 배우들에게 직접적으로 읊게 하진 않지만 “유어 파더” “마이 썬” 등이 수시로 들려 웃음을 주기도 한다.
‘퍼스트 오더’는 ‘스타워즈 7’에서 은하제국을 지배하고 있는 악의 축으로, 마치 나치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완장으로 무장하고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어리바리한 로맨티스트 팀을 연기한 돔놀 글리슨은 ‘퍼스트 오더’의 수장인 헉스 장군으로 변신해 저항군을 무차별 공격한다.
4. 한 솔로와 레아 공주 그리고 츄바카
‘스타워즈’ 문외한들이 ‘스타워즈 7’을 보며 당황스러운 건 바로 한 솔로와 레아 공주, 츄바카의 등장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독파한 사람이라면 이들의 등장에 감격의 눈물까지 흘릴 지 모르겠다. 그러나 신규 관객들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 ‘스타워즈 7’은 후반으로 갈수록 예전 스타워즈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이전 캐릭터 설명에 인색할 정도로 불친절하다.
한 솔로는 제다이를 돕는 최고의 파일럿이다. 은하계의 밀매업자이자 도박꾼인 한 솔로는 그저 우주를 떠돌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특히 그의 우주선인 밀레니엄 팔콘은 ‘스타워즈 7’에서 한 솔로보다 먼저 나와 한 솔로의 등장을 암시하기도 했다. 고물일 정도로 오래됐지만 속도만큼은 신식 우주선에 뒤지지 않는 밀레니엄 팔콘은 ‘스타워즈 7’에서는 여주인공 레이가 우연히 조종하면서 한 솔로와 만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의 옆에서 분신처럼 따라다니는 이가 있으니 바로 츄바카(피터 메이휴)다. 우정을 중시하는 우키라는 종족으로, 키가 2m가 넘고 온 몸이 털로 뒤덮여 있다. 수명도 인간보다 몇 배 이상 높다. 츄바카는 한 솔로와 티격태격 하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지켜주는 친구 사이다.
레아 공주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쌍둥이이자 한 솔로의 연인. 정의롭고 용기 있는 그녀는 저항군의 리더로 활약하며 다크 사이드에 맞선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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