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뒤끝뉴스]한 달에 책 4권 사면 신용등급 올라간다?

입력
2015.12.19 11:00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하반기에 등장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은행’ ‘케이뱅크’는 모두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대출 시장을 공략합니다. 신용평가를 할 때 재무상태 같은 전통적인 금융정보 말고도 그 사람의 일상적인 행동패턴을 분석해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는 겁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결제정보가 주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신용평가시스템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신용등급을 더 잘게 쪼갤 수 있습니다. 카카오은행은 사업설명회에서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넷마블, 멜론, YES24, 이베이 등)의 온라인 결제정보를 분석해 고객의 신용을 더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은행 관계자는 “쉽게 말해 한 달에 책을 4권 이상 꾸준히 사는 사람의 신용을 높게 평가해 재무상태가 똑 같은 다른 사람보다 신용등급을 올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은행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면 1~10등급으로 규정된 기존의 획일적인 방식이 아닌 1~100등급까지 세분화하는 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부나 학생 같이 공식적인 소득이나 재산이 잡히지 않아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던 사람들이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통상 1~2년 후에나 드러나는 고객의 재무상태 변화를 더 빠르게 감지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까지 숫자로 보이는 재무상태에는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여행을 많이 다니거나 사치품을 구매하는 등 급격하게 소비가 늘어난다면 소득이 늘어났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해외, 특히 은행 지점이 많지 않고 인구 대다수가 신용정보가 없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이미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이 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브랜치(Branch), 인벤처(InVenture) 등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소액대출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은 대출 신청이 오면 앱을 통해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내역을 조회합니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GPS, SNS를 사용할 때 고객이 보이는 미묘한 행동패턴이 부채 상환 능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신용평가를 할 때 고려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브랜치와 인벤처가 공개한 일부 신용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화요금이 싼 야간 통화를 선호한다’ ‘연락처 저장할 때 이름을 성까지 입력한다’는 건 신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받은 메시지보다 보낸 메시지가 많다’ ‘휴대전화의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여행 빈도가 낮다’면 신용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브랜치가 분석하는 이 같은 시그널만 고객별로 약 1만개. 경영컨설팅 업체인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이 같은 스마트폰 기반 소액대출 스타트업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신용정보를 갖게 될 인구가 3억3,000만~5억8,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스타트업의 새로운 사업에 거대 기업들도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자(Visa)와 IBM이 르완다에서 모바일 결제 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알리바바도 최근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매출과 재고를 분석해 대출 금리를 조정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했습니다.

내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런 이야기가 다른 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물론 이런 신용평가 모델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선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지금보다 월등히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해결해야 합니다만, 쇼핑 목록에 따라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