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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죄인 표현의 자유… 구경만 말고 목소리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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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죄인 표현의 자유… 구경만 말고 목소리 높여야”

입력
2015.12.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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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사무(또)라이전’ 기획 배인석 작가, 포스터ㆍ영상 통해 대통령 비판

“예술가들 자기검열ㆍ무관심 심해… 이런 풍자도 가능하고 허용돼야”

배인석 작가는 18일 "답답해 하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불꽃축제 하듯 만든 연말 특집 전시”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배인석 작가는 18일 "답답해 하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불꽃축제 하듯 만든 연말 특집 전시”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대화와 타협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정상’으로 원상복귀하자는 거지요.”

서울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7인의 사무(또)라이전’을 대표 기획한 배인석(47) 작가는 18일 전시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테이블에서 차 마시며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정부가 돌과 화염병을 들기 직전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 작가는 6명의 동료 작가(박건, 이하, 흐른, 박불똥, 이인철, 홍승희)와 함께 22일까지 이곳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아무 생각 없는(思無) 또라이 미술가’에 산적의 약탈과 횡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을 위해 싸우는 7명의 사무라이를 그린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붙여 지은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을 풍자하고 비꼬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배 작가는 “박불똥 작가와 ‘2015년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 ‘연말에 뭐라도 해서 새해에 힘을 주자’고 이야기를 나누다 착안한 기획”이라며 “현 정권과 관련해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불꽃축제 하듯 만든 연말 특집”이라고 말했다. 무료로 공개되는 이 전시의 대관 비용은 작가들이 모아서 냈다.

대통령 선거 포스터가 앞뒤로 인쇄된 커다란 천을 제치고 들어가면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다양한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꿈과 배설을 소재로 한 영상이 상영되는 대형 스크린과 변기가 설치돼 있다. 배 작가는 전ㆍ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를 전시했다. 작품에는 흰색 종이를 덧붙인 뒤 혐오스런 이미지를 조심하라는 ‘혐짤주의’라는 문구도 써놓았다. 배 작가는 “전시장 측의 요청도 있었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기관이나 우익 단체에서 항의한 적은 없었지만 오히려 전시관 측이 불편해 했다”며 웃었다. 가나인사아트센터는 1층 출입구와 4층 전시장 입구에 ‘이 전시는 기획자들의 주관적인 견해가 반영된 전시로 가나인사아트센터와는 무관함을 말씀드립니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홍승희 작가는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퍼포먼스를 했다가 벌금형을 받았고, 이하 작가는 전두환 전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벽에 붙였다는 이유로 최근 옥외광고물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 작가는 이처럼 표현의 자유가 제한을 받는 상황인데도 많은 예술가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모든 예술가가 정치적 관점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 관심 있는 작가들, 민중미술을 한다는 작가들마저도 대통령을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지 않는 건 문제입니다. 자기 검열을 하는 것도 있을 테고 관심이 없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페이스북 하듯 남들이 하는 것에 ‘좋아요’만 누르고 구경만 하는 것 같아요.” 그는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옥죈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 요즘 상황이 “줄거리가 뻔한 삼류영화 보는 것 같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런 풍자도 가능하고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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