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42)이 영화제작자로 변신했다. 제작사 더블유(W)를 세워 2016년 1월 ‘나를 잊지 말아요’를 처음으로 내놓는다. 정우성과 김하늘 주연으로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남자 석원(정우성)과 그의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회사 이름은 우성의 영어 이니셜을 따 지었다. 이 영화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스크립터로 일했던 이윤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눈 여겨 볼 것은 정우성이 제작사를 차리게 된 계기다. 18일 영화관계자에 따르면 정우성은 이 감독이 쓴 각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접 제작에 나섰다. 정우성은 ‘놈놈놈’에서 친분을 쌓은 이 감독이 ‘나를 잊지 말아요’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하자 이야기의 독특함에 끌렸다. 그런데 기존 제작사는 이 영화 속 미스터리를 바꾸길 원했다. 제작사를 직접 연결시켜주려고도 했지만, 독특한 시나리오를 받아들이는 제작사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정우성은 “처음 영화를 시작하는 후배들이 자신만의 어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다”며 제작에 나섰다.
나아가 정우성은 영화 출연도 자청했다. 정우성은 17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연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이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만 하고 출연해달라는 얘기를 안 하기에 물어보니 ‘감히 못 물어봤다’고 하더라”며 “후배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선배들 앞에서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우성의 참여로 이 감독의 영화 제작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정우성이 출연을 결정한 뒤 김하늘도 합류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정우성이 ‘나를 잊지 말아요’를 위해 제작사를 차린 거라 또 다른 영화를 제작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솔직히 지금 한국영화 보면 인스턴트 영화 같다. 감독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그냥 투자사 배급사가 돈을 벌기 위한 영화. 정우성이 제작자로 감독을 존중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jjt1****),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dsup****)며 호응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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