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과학고를 졸업한 서울대 재학생이 자살을 예고한 뒤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18일 서울 관악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대 2학년생 A(19)씨가 이날 오전 3시58분쯤 자신이 거주하는 관악구 신림동의 4층짜리 상가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A씨는 투신하기 20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유서를 퍼뜨려 달라”며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나와는 너무도 다른 이 세상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으로 괴로워할 때 ‘다 잘 될 거야’ 식의 위로를 해봤자 오히려 독이 된다” 등 우울증과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적었다. 이어 “정신적 귀족이 되고 싶었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금전두엽’이 아닌 ‘금수저(부를 물려 받은 자녀)’” 등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았다. A씨의 글을 본 친구들의 신고로 119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자살한 후였다.
A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대통령 장학생으로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했다. 그는 신입생 때부터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문제에 비판의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학보사 동기 김모(20)씨는 “매사에 열심인 친구였는데 특히 요즘 들어 학보사 일에 애정을 쏟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변 동료들은 A씨가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 온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학과 친구 B씨는 “다른 사람의 일도 자기 일처럼 도와줄 만큼 대인관계가 특별히 나쁘지 않았고, 우울 증세가 있다는 사실도 숨진 뒤 자취방에서 발견된 약봉지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연세대 치의예과와 서울대를 놓고 고민하다 연구를 하기 위해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막상 진학 후 (연구가 아닌) 약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등 어린 나이에 진로문제로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A씨가 자동차 사고로 힘들어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는 이달 14, 15일 렌터카를 몰고 고교 친구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주유소에서 접촉사고를 냈다. A씨의 친구들은 “(수리비로) 자기부담금 50만원 외에 돈이 더 필요하다는 렌터카 업체 측의 말에 압박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도 “성인들에게는 큰 일도 아닌데 공부만 하다 보니 세상물정을 몰라 혼자 끙끙 앓았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A씨 자취방에서 발견된 약봉지와 메탄올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빈 병을 분석하는 한편 해당 렌터카 업체를 상대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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