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ㆍ습도 적정유지 위한 오동나무 패널 사용
화재시 질소가스로만 발화점 낮춰 불길 잡아

조선왕조실록 태백산본(국보 151-2호)이 18일 사계절 내내 온ㆍ습도 조절이 가능하고, 첨단 소방기술과 방재기술이 총망라된 전용서고에 새 둥지를 틀었다.
태조~철종실록 총 848책 1,706권으로 이뤄진 태백산본은 1985년 서울대 규장각에서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으로 자리를 옮겨 30년간 일반서고에 보관돼왔다. 이후 지난 6~9월 부산기록관 내 전용서고를 신설하는 동안 임시서고에 잠시 머물렀다 이날 전용서고로 옮겨졌다.
태백산본 전용서고인 ‘조선왕조실록실’은 부산기록관 전체 28개 서고 중 하나로, 규모는 약 240㎡다. 평균 3책씩 총 291개 소나무 궤에 각각 나뉘어 담긴다. 태백산본 보관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온도와 습도, 그리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화재에 따른 대처다.
국가기록원은 전용서고 내 천정과 벽 마감재로 온·습도 관리와 유해생물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오동나무 조습패널로 사용했다. 책을 보관하기 가장 좋은 온도(18~22도)와 습도(40~55%)를 유지하는 데 오동나무 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은혜 연구원은 “전용서고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사계절 내내 최대한 자연적이면서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오동나무가 약해 바닥은 대나무강화원목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화재예방과 보안강화를 위해 실록전용 방화구역을 구축하고 고화질의 폐쇄회로(CC)TV 6대를 설치했다. 실록전용 방화구역에서 화재가 감지되면 즉시 천연질소가스가 천장 등에서 분사돼 발화점을 낮춰 화재를 자동 진압하게 된다. 물로 화재를 진압할 경우 실록이 파손될 수 있다는 우려 자체를 없앤 것이다. 조 연구원은 “보안을 위해 새로 설치된 CCTV는 서고 내 온습도계 눈금을 상황실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고화질”이라고 밝혔다.
이날 부산기록관에서는 임시서고에 있던 태백산본을 제자리로 옮기는 환안(還安)의식이 거행됐다. 선조의 체계적인 기록 보존 노력과 실록의 중요성을 되새기고자 옛 방식을 재현했다. 의식은 실록을 비단보자기에 싸서 궤에 넣는 봉과(封?) 시연을 시작으로, 실록을 전용서고에 넣는 실록 환안과 형지안(形止案) 작성, 봉고(封庫) 순서로 진행됐다. 형지안은 사고를 열 때마다 실록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고 결과를 작성한 기록이며, 봉고는 실록 환안을 마치고 서고 문을 닫는 절차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