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마침내 내 삶을 찾다
앨런 힉스 지음ㆍ이경식 옮김
더퀘스트 발행ㆍ344쪽ㆍ1만4,500원
곁눈질 않고 자신의 삶을 한창 일구던 중년의 어느 날 실업과 투병에 맞닥뜨리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나 많이 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나이, 그러나 또 갈 길은 멀기만 한 시기, 오십은 한국 남성에게도 커다란 숙제다.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거칠 것 없는 삶을 살았다. 일에 중독돼 경영인으로 성공했으나 오십에 이르러 난파선 같은 삶을 맞았다. 아내와는 이별했고 사업도 기울었다. 그 힘겨운 과정을 겪으며 오십이야말로 가정과 직장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나이라는 걸 깨달았다. ‘난파되어 낯선 해변으로 떠밀려 왔다고 치자. 당신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모든 역사를 바다에 벗어던질 수 있다’(19쪽)고 긍정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47~70세 남성들에 대한 관찰 등을 바탕으로 오십을 앞두거나 오십에 접어든 남자들에게 갖은 조언을 한다.
오십은 삶이 흔들릴 만한 때다. 아이는 장성해 떠나고, 배우자와의 관계도 재정립된다. 오랜 직장을 벗어나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돈이 많다 해도 정신적 빈곤에 고통스러울 시기다. 건강 관리에 신경 쓰며 ‘바지 지퍼를 제대로 채웠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저자는 삶의 목적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당연하나 고집과 용기 부족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실천하지 못할 조언들이 많다. 그럼에도 공감하고 따라하고픈 욕구를 부추긴다. 특히 ‘일에 대한 자세를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주장에 마음이 갈 중년 남성들이 많을 듯하다. 저자는 영국 작가 찰스 핸디를 인용해 ‘직업에서 포트폴리오로’를 주장했다. 일도 금융투자와 같아서 몽땅 한곳에 투자하는 방식은 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임금을 받는 일뿐 아니라 가사활동과 재능기부 등에도 노동을 분배하라고 역설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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