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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From Far East to Northeast Asia (명칭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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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From Far East to Northeast Asia (명칭의 변화)

입력
2015.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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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East Africa는 아프리카 동남부의 Kenya, Tanzania, Uganda를 지칭한다. 그런데 유엔 통계에서 동아프리카는 이들 3개국과 Somalia, Ethiopia, Eritrea, Djibouti 등이 포함된다. 영국이 1780년대부터 1960대까지 서부 아프리카의 Nigeria, Ghana, Sierra, the Gambia 등을 식민 통치했을 때 아프리카 동남부 지역을 일컬었던 명칭이 바로 East Africa였던 까닭에 영국 입장에서 그러한 명칭이 나온 것이다. 한 때 전 세계의 4분의 1을 통치했다는 영국제국은 전 세계 국가의 90% 가까이를 침략한 적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오늘날 기준으로 치면 200개 국가 중 22개국만 영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하지 않은 셈이니 ‘대영제국’의 시대는 영어 지배와 그 영향력이 오늘날까지 미치게 한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극동지역(Far East)이라는 명칭도 영국에서 보았을 때 기준이다. 한-중-일은 그야말로 영국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지역이어서 극동 즉 ‘머나먼 동쪽’이라는 명칭이 나왔다. 당시 유럽이나 영국 입장에서 ‘아시아의 서쪽’을 두고 ‘가까운 아시아’(Near Asia), 혹은 ‘중동’(Middle East), ‘서 아시아’(West Asia)’ 라고 부른 것도 같은 배경에서 나온 말이다. 극동지역은 12세기경 유럽이나 영국에서 볼 때 중동이나 서아시아를 넘어 ‘너무나 먼’ ‘머나 먼’ 지역이라고 부른 것이다. 당시 중국에서 서쪽 지역에서 온 사람을 ‘서양인’(westernersㆍ泰西人) 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모두가 자기들 입장에서 서쪽, 동쪽으로 부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유럽이 세계의 중심축이었던 20세기 말까지의 얘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Far East’같은 영국식 명칭이 아직도 심심치 않게 쓰인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의 동북지역’(Northeast Asia)이고 일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중국은 서쪽 지역이 될 뿐이다. 유엔의 분류를 보면 한중일은 북아시아이고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가 있고 중동 등의 남아시아가 있다. 지구(globe) 본체를 놓고 보아도 ‘동북 아시아’(Northeast Asia)가 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명칭임을 알 수 있다.

여행 중 아침 식사를 해야 할 때 ‘English breakfast’냐 ‘Continental breakfast’냐의 구분도 영국 입장에서 나온 말이다. 섬나라 영국에서 보면 ‘대륙=유럽’이기 때문에 이를 줄여서 ‘대륙식’으로 부른 것은 당연한 명칭이었지만 이제 유럽 대륙과 관련이 적은 지구 반대편에서 아직도 ‘대륙식’ 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는 말이다. 당연히European Breakfast라고 해야 더 합리적 명칭이 된다. 성차별이나 인종 차별은 물론이고 문화와 의식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명칭과 이름의 재해석은 언어의 역사적 배경과 겹치면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차츰 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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