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는 원래 두 명 아냐? 셋이서 DJ DOC 견제하는 거야?”
21일 발매될 터보 6집 ‘어게인’ 수록곡 ‘가요 톱 10’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룹 DJ DOC 멤버인 이하늘이 김종국과 1990년대 활동했던 얘기를 나눈 대화가 곡에 실렸다. 이 노래는 18일 서울 서초구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깜짝 공개돼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애초 2인조로 활동했던 터보가 김종국, 김정남, 마이키가 모두 모여 3인조로 활동에 나서는 것에 대한 동료 가수들의 농담이 생생하게 전달돼서다. 이하늘은 “(김)종국이가 너희 둘이랑 왜 터보해?”라며 ‘돌직구’ 도 던진다. 2001년 터보 해체 후 김종국은 ‘한 남자’ ‘사랑스러워’ 등 히트곡으로 솔로 가수로 자리를 잡은데다, SBS ‘일요일이 좋다’ 코너 ‘런닝맨’의 인기로 중국에서 김수현 부럽지 않은 한류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김정남, 마이키와 손 잡은 게 의아하기도 하다. “터보 복귀 제안을 (김)종국이한테 듣고 미안해 혼났다.” 터보에서 중도 하차했던 김정남의 말처럼 세 남자는 터보 복귀와 관련된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40대 아이돌이 된 느낌” 이라는 농담과 함께.
(1995년 김종국과 김정남으로 시작된 터보는 ‘나 어릴 적 꿈’ ‘트위스트 킹’ 등의 노래로 사랑 받다 1996년 2집을 낸 후 김정남이 떠났다. 1997년부터 마이키가 뒤를 이어 김종국과 2000년 5집까지 활동하다 2001년 해체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무한도전’ 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계기로 셋이 다시 뭉쳤고 팀 데뷔 20주년에 맞춰 6집을 발매한다.)
-이하늘의 말처럼 김종국은 아쉬울 게 없는 데 왜 터보 재결성 작업에 합류했나.
“솔직히 동료 가수들과 터보 3인조 재결성에 대해 한 말을 곡에선 빼려고 했다. 자칫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할 부분이라 생각해 빼지 않았다. 얘길 하자면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분명히 김정남 등 다른 멤버들이 재조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터보로 추억을 건드려야 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터보 재결성을 선택했다. 내가 솔로로 활동할 때 보여주지 못하는 댄스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터보가 아니면 언제 춤을 추겠나. 물론 추억일 때 아름다울 수 있는 거라 혹시 실망을 주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셋이 함께라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김종국)
-2인조가 아닌 세 명이 터보로 나온 이유는.
“(김)정남이형과 ‘무한도전’을 통해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앞서 정남이형과 했고 3~5집은 마이키와 했는데, 어떤 한 사람과만 하기는 그렇더라. 서로 인연이 되다 보니 함께 했다.” (김종국)
-터보 재결합 과정을 들려달라.
“‘무한도전’ 방송 만으로도 솔직히 만족하고 있었다.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다른 걸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한도전’ 끝난 뒤 (김)종국이가 슬쩍 재결합 얘기를 던지더라.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그 제의를 받기에는 너무 미안했다. 종국이가 오랫동안 혼자 활동해오며 쌓아온 기반에 당연하다는 듯 올라타는 건 너무 염치가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종국이가 아무렇지 않게 터보를 같이 하자고 불러주니 말도 못할 정도로 고마웠다. 이 때부터 생각을 바꿔 내가 이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터보 새 앨범 작업에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임했다.” (김정남)
-터보 재결성 소감은.
“오랫동안 홀로 활동하니 터보 무대가 그리웠다. 팀을 하다 보면 함께 나눠서 무대를 꾸리는 즐거움이 있다.” (김종국)
“긴 시간 동안 음악을 포기하려 했다. 다신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앨범을 내게 돼 실감이 나지 않고 꿈만 같다.” (김정남)
“미국에서 3년 째 살다 터보 활동을 위해 돌아왔다. 기억을 많이 못하시겠지만, 내가 (김)정남이형보다 오래 터보로 활동했다. 터보로 다시 설 수 있는 기회가 와 좋다.” (마이키)
-6집 소개를 해달라.
“타이틀곡 중 하나인 ‘다시’ 는 터보 1~2집 느낌이 날 거다. ‘나 어릴 적 꿈’ 같이 강렬한 댄스곡이다. 또 다른 타이틀곡인 ‘숨바꼭질’ 은 3~5집 시절 발라드 느낌이 강하다. 터보 하면 겨울 노래들이 생각날 텐데, 겨울 분위기에 맞는 곡이다.” (김정남)
“난 ‘숨바꼭질’ 이 마음에 든다. 터보에 들어갔을 때 내가 좋아하던 곡보다 빠른 곡들이 많고, 파워풀한 느낌이 강해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숨바꼭질’ 은 덜 부담을 갖고 참여했다.” (마이키)
-옛 터보 음악과 비슷한 느낌이면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한다. 강렬한 댄스와 감성 발라드를 함께 할 수 있는 게 터보다.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과 똑같은 음악을 하면 터보의 경쟁력은 없다.” (마이키)
“그렇다고 터보의 음악이 올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색을 유지하며 현 가수들과 경쟁할 거다.” (김종국)
-앨범 제작 뒷얘기를 들려달라.
“피처링이 많다. 솔로 앨범 만들 때는 한 번도 피처링 부탁을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직접 전화하고 발품도 많이 팔았다. 유재석은 앨범 내면 꼭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그간 내 콘서트에 게스트로 온 적이 없고 해서 ‘왜 옆에 있는 날 두고 다른 사람만 도와주냐?’고 몇 번 얘기했더니 ‘다시’란 곡에 피처링을 도와줬다. 유재석은 우리와 인연이 깊다. 예전에 터보 팬클럽 창단할 때 MC가 바로 유재석이었다. 그 땐 유재석이 무명일 때다. 케이윌은 그냥 녹음하는 거 구경하러 왔다 우리 부탁을 받고 ‘우리’ 피처링에 참여했다. 코러스까지 해줘 정말 고맙다. 케이윌은 JTBC ‘히든싱어’에서 내 모창자로 나왔는데, 녹음하면서 자꾸 내 목소리 모창하고 자기 목소리를 못 찾아 고생했다.” (김종국)
(터보 6집의 ‘피처링 군단’ 은 화려하다. 박정현은 ‘잘 지내’ 란 곡에, 래퍼 산이는 ‘행복했음 좋겠다’ 란 노래에 힘을 보탰다. 래퍼 제시는 ‘우리’ 를 피처링했다. ‘다시’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차태현과 이광수가 특별 출연했다.)
“뮤직비디오 찍고 집으로 돌아가 화장을 안 지우고 잤다. 스모키 화장을 꼭 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게 끌리더라. 요즘 일산 난리 났다. (터보 재결성 소식에) 40대 아이돌 나왔다고 아파트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인사해준다.” (김정남)
-‘다시’ 에선 춤도 추더라. 힘들지 않나.
“뮤직비디오 촬영 할 때는 괜찮았는데, 끝나고 나니 힘들더라. 무릎 허리 다 안 좋아 걱정이다.” (김종국)
-포인트 안무가 무엇인가.
“‘꾹댄스’ 라고 이름 지었다. 두 손을 위로 하고 팔 근육을 뽐내는 춤이다. 김종국이 멋있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일 귀엽게 한다.” (김정남)
-이하늘을 비롯해 지누, 이상민과 얘기하는 곡이 실렸다. 실제 어떤 얘길 했나.
“1990년대 서로 얼마나 벌었나를 얘기했다. 행사 가서 얼마 받았느니 그런 얘기다. 그 땐 왜 그랬을까? 이런 얘기도 많이 주고 받고. 돈은 다 비슷비슷하게 받은 것 같더라.” (김종국)
-이번 재결성은 일회성 이벤트인가.
“아니다. 셋이 꾸준히 활동할 생각이다.” (김종국)
-향후 계획은?
“터보로 콘서트를 하지 않아 전국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방송에 나와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겠다.” (김종국)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