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국인 선수 파벨 모로즈(28ㆍ러시아)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며 침울했던 대한항공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모로즈는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한국전력을 상대로 치른 첫 홈경기에서 득점을 올릴 때마다 화려한 세리머니로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한국전력 서재덕(26)의 스파이크를 막아내고 ‘헐크’처럼 팔을 들어올리며 포효하거나, 득점에 성공한 뒤 양 손가락을 위로 올리고 상체를 흔들며 기쁨을 드러냈다. 서브에이스를 터트린 뒤에는 한쪽 팔을 올리며 알통을 자랑하기도 했다. 동료들이 득점에 성공할 때도 양 팔을 크게 벌려 포옹하거나 얼굴을 맞대는 등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다.
경기 전 모로즈에 대해 “연습할 때도 항상 유쾌하다. 재미있는 친구”라고 평가한 김종민(41)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운동선수는 (모로즈처럼) 신이 나서 해야 한다”며 “무아지경에 빠져서 경기하는 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크게 웃었다.
동료들도 모로즈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 ‘감염’된 듯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학민(32)은 득점에 성공한 뒤 모로즈와 서로 마주보며 귀에 손을 갖다 대 함성을 유도했고, 정지석(20)도 속공에 성공한 뒤 팔을 위아래로 크게 흔들거나 포효하며 적극적인 세리머니 장면을 이어갔다. 정지석은 경기가 끝난 뒤 “모로즈는 뭔가 같이 하고 싶게 만드는 세리머니를 한다”면서 “준비했던 건 아닌데 분위기에 (경기 중)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고 웃었다.
물론 아직 동료들과의 호흡이 잘 맞는 것은 아니다. 모로즈는 이날 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23점을 터트렸지만 범실도 양팀 합쳐 가장 많은 13개를 저질렀다. 결정적인 순간 나온 범실은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꾸준한 선수라기 보다는 기복이 있는 선수”라며 “앞으로 더 (손발을)맞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로즈’라는 신형 날개를 단 대한항공이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반환점을 앞둔 V리그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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