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성년후견인 심판 청구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법정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8)씨는 변호사를 통해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도는 과거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 제도를 대체한 것으로 질병, 장애, 고령으로 사리판단이 어려울 경우 법원이 의사결정을 대신할 사람을 지정하는 것이다.
즉 신씨 측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을 정상으로 볼 수 없으니 의사결정을 대신할 사람을 두겠다고 요청한 것이다. 신씨 측 변호사는 “고령의 총괄회장을 둘러싸고 분쟁이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괄회장의 건강과 명예를 지켜줘야 되겠다는 취지에서 성년후견인 지정 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씨는 성년후견인 대상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스 하츠코(重光初子)씨와 네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지목했다. 법원은 청구인의 진술과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 등 의료기록, 전문가 감정, 신 총괄회장 심문 결과 등을 바탕으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와 누구를 지정할지 결정한다.
만약 법원이 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형제간에 벌어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신 회장 측에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 측은 “아버지가 지지했다”며 신 총괄회장의 뜻을 빌려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청구인이 그룹과 상의한 일은 아니고 오빠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신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의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평소 신 총괄회장과 왕래가 없던 신씨가 성년후견인 지정심판을 청구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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