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피해자 5% 차지 증가세
“여성만 피해” 인식 개선 필요
지난해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 100명 중 5명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남성의 성폭력 피해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어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성인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안내서’에 따르면 경찰청이 집계한 성폭행 피해자 중 남성은 2011년 749명에서 2014년 1,066명으로 3년 간 42.3% 증가했다. 성폭력 피해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3.8%에서 5.1%로, 1.3%포인트 높아졌다.
피해 유형은 지난해 기준으로 추행이 39.3%로 가장 많았고, 강간은 8%였다. 여가부 관계자는 “남성 강간피해자 비율이 2013년 6.3%에서 지난해 8%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심리적 피해를 호소했다. 올해 상반기 해바라기센터를 찾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53%가 우울ㆍ불안 증세를 호소했고, 26%는 분노, 21%는 수면장애ㆍ대인관계 회피ㆍ보복심리 등을 나타냈다.
‘남성은 강해야 한다’는 사회통념이 여전한 상황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자기비하를 하거나, (남성 성폭력 가해자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성애자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거나, 피해로 인한 감정을 부정하기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과장된 남성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안내서는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오로지 여성’이란 통념도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남성은 가족ㆍ친구들로부터 ‘별 것 아니다’ ‘남자도 아니다’ ‘피해를 입은 당신 책임이다’ 등의 반응을 접하기 쉬운데 이는 자해ㆍ자살 등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안내서는 경고했다.
임관식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남성 성폭력에 대한 무관심은 피해자의 고통을 키우고 범죄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며 “성폭력 피해는 여성만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람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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