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과 ‘쿡방’과 킨포크스타일의 한 해였다.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가족, 친구들과 오붓하게 나눠먹는 소박한 시간이 그저 권장되는 모델이 아니라 모두가 열망하는 삶의 모델로 여겨진 이례적인 한 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계획으로 마땅히 홈파티를 떠올릴 만하다.
문제는 우리의 홈파티가 대체로 미각에 쾌락을 선사하지 못한다는 점. 무쌈말이와 잡채, 크래커 카나페처럼 메뉴도 늘 거기서 거기다. 특급 셰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 가정용 조리도구로 만들 수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수준의 홈파티 메뉴. 한국일보 독자들을 위해 공개하는 비장의 레시피다.
굴의 신세계 ‘굴과 펜넬’
프렌치 레스토랑 ‘다이닝 인 스페이스’의 노진성 셰프는 ‘굴과 펜넬’을 추천했다. “샴페인이나 화이트와인으로 홈파티를 시작할 때 함께 먹기 좋은 요리죠. 채소가 많이 들어가 따로 샐러드를 만들 필요도 없어요.” 굴 대신 피조개 같은 해산물로 재료를 대체해도 좋다. 펜넬, 셜롯, 차이브 같이 생소한 채소가 등장하지만(SSG마켓 같은 프리미엄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다져 넣기만 하면 된다. 굴의 비린내를 제어하기 위해 레몬이나 식초를 곁들여 먹는 프랑스의 전통적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맵고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허브들을 이용해 맛을 다층적으로 입힌 요리다. 부드럽게 입 안을 유영하는 굴과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의 식감도 일품이다.
-재료(2인 기준): 굴 8알, 펜넬 뿌리 1개, 펜넬 이파리, 셜롯 1개, 홀스래디시 1개, 차이브 약간, 화이트와인 비니거, 레몬즙, 올리브오일,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양파 비슷하게 생긴 펜넬 뿌리를 채칼을 이용해 얇게 저민다. 2)깃털처럼 가늘고 긴 펜넬 이파리를 1㎜ 간격으로 썰어둔다. 3)차이브도 같은 크기로 종종 썬다. 4)셜롯을 가로ㆍ세로 1㎜ 크기로 잘게 다진 후 화이트와인 비니거를 잠길 정도로만 붓는다. 5)굴은 염도 2%의 소금물(물 1리터+소금 밥숟갈로 2숟갈)에 헹궈 이물질을 제거한 후 물기를 뺀다. 6)펜넬을 접시 위에 깔고 그 위에 굴을 올린다. 7)4에서 셜롯만 건져 굴 위에 얹는다. 8)레몬드레싱을 전체적으로 둘러가며 뿌려준다. 레몬드레싱은 레몬과 올리브오일을 1 대 2 비율로 섞어 만드는데, 올리브오일의 품질이 요리의 품질을 결정하므로 고급 제품을 쓰는 게 좋다.(국내 대기업 제품으로는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렵다고.) 9)서양고추냉이 홀스래디시를 치즈 갈 듯 강판에 갈며 둥글게 뿌려준다. 10)다져둔 펜넬 이파리와 차이브를 뿌려준다. 먹기 직전 소금을 가볍게 뿌려준다.
유럽 전통 성탄메뉴 ‘어린 양다리 구이’
이탈리안 퀴진을 선보이는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는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유럽 전통 메뉴 ‘어린 양 앞다리 구이’를 권했다. “젖을 막 뗀 어린 양고기는 최고의 미식가들이 즐기는 고급요리죠.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수요가 적어 값도 싸고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유럽에서 보신탕처럼 즐기는 요리라 어린이와 노인들까지 모두 모이는 가족 모임에 제격입니다.” 양고기는 이태원이나 한남동의 인터내셔널 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재료(4~6인분 기준): 양 앞다리 2.5~3㎏(썰지 않은 덩어리로), 만가닥버섯 150g, 새송이버섯 200g, 표고버섯 200g, 레몬 껍질 1개 분량, 로즈마리ㆍ타임 각 25g, 방울토마토 10개, 딜, 이탈리안 파슬리, 처빌, 블랙후추,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양고기를 넓게 편 후 키친타올로 핏기를 제거한다. 2)고기의 힘줄 부위를 살짝살짝 칼집을 내 끊어준 후 평평하게 편다. 3)레몬 껍질과 로즈마리, 타임을 잘게 다진 후 고기 위에 골고루 뿌려준다. 4)블랙후추를 뿌린다. 5)고기를 김밥 말 듯 둘둘 만 후 조리용 노끈으로 단단히 묶는다. 6)팬에 올리브오일을 듬뿍 두른 후 타임과 로즈마리, 마늘 3쪽을 넣어 향을 입히다가 허브가 타기 시작하면 빼버린다. 7)최대한 약불로 조절해 둘둘 만 고기를 초벌구이 한다. 기름에서 물 튀는 소리가 안 나고 기름 지글거리는 소리만 나기 시작하면 뒤집는다. 한번만 뒤집어야 하는 게 포인트. 8)오븐으로 옮겨 185도에서 웰던은 40~45분간, 미디엄은 30분간 굽는다. 가정용 오븐은 온도 편차가 커서 10분을 가감하는데, 젓가락으로 고기를 푹 찔렀을 때 피가 안 나오면 웰던, 피는 나오지만 젓가락에서 온기가 느껴지면 미디엄으로 완성된 것.(다리 부위는 근육, 힘줄이 있어 레어는 권하지 않는다. 오븐이 없다면,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어 최대한 약불에 30분 이상 구워도 된다.) 9)버섯을 센 불에서 지진다. 뒤적거리지 말고 한번에 익혀야 물기가 나오지 않는다.(오븐에 구울 때 고기는 랙 위에 올리고 밑판에는 물을 넣으면 오븐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다.) 10)방울토마토를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겨 놓는다. 11)접시에 버섯을 깔고 고기를 올린 후 딜, 이탈리안 파슬리, 처빌, 방울토마토로 장식한다.
한 입에 쏙 ‘굴소스 소고기 쪽파말이’
퓨전한식 레스토랑 ‘민스키친’의 김민지 셰프는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굴소스 소고기 쪽파말이를 내놨다. “하나씩 집어먹기도 좋고, 레드와인과도 잘 어울려요. 파티 음식으로 그만이죠.” 소고기는 홍두깨 부위를 두께 2㎜, 길이 15㎝ 정도로 썰어서 말아 주는 게 가장 맛있다. 구울 때는 중불에서 재빨리 구워야 제 맛이 난다.
-재료(2인 기준): 소고기(홍두깨) 100g, 굴소스 2큰술, 청주 1큰술, 쪽파 1단
-만드는 법: 1)소고기에 굴소스, 청주를 뿌린 뒤 쪽파 20뿌리 정도의 파란 잎 부분을 고기에 적당히 올려 돌돌 말아준다. 2)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기름 두른 팬에 돌려가며 구워준다.
칠면조 안부러운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통닭 오븐구이’
프렌치 레스토랑 ‘더 그린테이블’의 김은희 셰프는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통닭 오븐구이’를 권한다. “오븐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한 음식이죠. 가격 대비 굉장히 푸짐하고 거기다가 폼까지 나니까요. 언제나 폭발적 반응이 나온 요리예요.” 중간에 요리용 붓으로 버터를 발라가면서 구우면 닭고기 겉면에 멋진 색이 나지만, 귀찮으면 패스. 알감자도 깨끗이 씻어서 귀찮은 듯 오븐에 던져 놓으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 대신 로즈마리는 꼭 챙길 것. 닭고기보다 알감자에 배인 로즈마리 향기만큼 좋은 것도 없다.
-재료(10인분): 닭고기 5마리, 소금, 후추 약간, 타임 5줄기, 로즈마리 5줄기, 월계수 잎 2장, 식물성 오일 또는 버터 150㎖, 알감자 500g~1㎏, 양파 170g, 깍둑썰기한 셀러리 85g, 깍둑썰기한 당근 85g, 밀가루 57g, 토마토 페이스트 5g, 치킨 스톡 1.2리터, 다진 이탈리안 파슬리 1큰술
-만드는 법: 1)닭고기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타임, 로즈마리를 몸통 안에 넣는다. 2)겉면에 오일을 발라준다. 조리용 노끈으로 다리를 몸통에 고정시켜준다. 3)닭의 가슴을 위쪽으로 오븐 랙 위에 올린 후 205도에서 40분쯤 굽는다. 양파, 당근, 셀러리를 오븐 팬 위에 놓는다. 알감자는 겉면에 식물성 오일을 발라 소금, 후추를 뿌려 팬 위에 올린 후, 다시 30~40분 정도 익힌다. 내부온도는 82도로 맞춘다. 4)오븐에서 꺼내 휴지시킨다. 5)닭고기와 알 감자를 접시에 담아 놓는다.
-그레이비 소스 만들기: 1)오븐에서 구운 양파, 당근, 셀러리를 프라이팬에 옮기고 바닥에 고인 치킨 육즙을 주걱으로 긁어 넣는다. 그 위에 밀가루를 솔솔 뿌려 4~5분간 익힌다. 2)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2분간 더 볶는다. 3)치킨스톡을 넣고 조린다. 15분 이상 끓인 후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4)기름기를 제거하고, 체에 거른다. 5)파슬리를 첨가한 후 고기에 발라먹을 수 있도록 스푼과 함께 담아낸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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