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이야기’를 연재하며 생각보다 착한 사람 같다, 란 말을 몇 번 들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니다. 몇 차례 면식이 있거나, 다른 글들을 통해 나를 봐왔던 사람들이었다. 기분 나쁠 건 없지만, ‘생각보다’란 말이 걸렸다.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했기에 그럴까 싶은 것이다. 굳이 누구에게 착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영색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흘려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문득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따져보게 됐다. 매일 쓰다 보니 그날의 감정이나 기분이 은연중, 또는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화를 내거나 심술을 부리거나 우울하거나 누군가를 줘 패고 싶은 날엔 자연, 그런 부담스런 심정들이 글에 묻어나 불편하다는 얘길 들은 적도 있다. 일상에서 부지불식 돌이키게 되는 작은 성찰들을 그때그때 옮겨 적으려 하지만, 적은 분량 안에 섣불리 풀다 보면 삶에 대한 공연한 일반론으로 귀결될 때도 적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일부러 착하게 군 적은 없는 것 같다. 갑자기 따지려 드니 도대체 착한 게 뭐지, 라는 생뚱맞은 의문도 든다. 매체 특성 상 대놓고 삐딱하게 굴어도 괜찮을까 저어한 부분은 있었다. 그랬는데, 어제 담당기자를 만났다. 기자 왈, 자꾸 따뜻하게 굴면 잘라 버릴 거예요! 무서웠다. 엄동설한에 원고료 못 받으면 어떻게 살라고. 최악을 다해 삐뚤어지겠습니다. 나의 갑님.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