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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발상지서 열린 대중 동학특강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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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발상지서 열린 대중 동학특강 ‘후끈’

입력
2015.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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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 2배 이상 경청… 참가자 명찰 동날 정도

“동학은 인간중심 학문…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실현해야”

한글서예가 류영희씨가 동학 특강에서 용담유사 용담정을 써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연구원 제공/2015-12-17(한국일보)
한글서예가 류영희씨가 동학 특강에서 용담유사 용담정을 써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연구원 제공/2015-12-17(한국일보)
김현기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연구원 제공/2015-12-17(한국일보)
김현기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연구원 제공/2015-12-17(한국일보)

동학발상지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삼인삼색’ 동학 특강은 뜨거웠다. 당초 100명으로 예상한 특강에는 200명 이상이 몰렸고, 참가자들은 “역시 동학발상지의 고장은 뭔가 다르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경북도가 주최하는 삼인삼색 동학특강이 한국콘텐츠연구원 주관으로 17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내 더 케이호텔에서 열렸다.

특강은 식전행사로 영남산타령명인인 명창 김묘순(65)씨가 독도아리랑, 동학아리랑 등 경쾌한 우리 민요 공연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한글서예가 류영희(73)씨가 동학가사 중 ‘용담가’를 대중 앞에서 일필휘지로 써 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윤 교수가 해설을 덧붙이자 청중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용담가를 다시 찬찬히 들여다봤다.

첫 강연자로 나선 윤석산 한양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현실 속에서 ‘동학이 꿈꾸는 세상’을 분석했다.

이명희(68·여·경북 김천)씨는 “문화공연과 어우러진 전문가 선생님들의 강의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동학을 친근하게 만들었다”며 “왜 우리 정신이고, 왜 동학을 알아야 하는지 손주들에게 꼭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김현기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경북도민의 동학에 대한 열기가 이 정도 일 줄 몰랐다”며 “대중을 대상으로 연 첫 번째 동학 특강이 상상 이상인 만큼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의 요약

▦윤석산 한양대 명예교수

윤석산 한양대 명예교수/2015-12-17(한국일보)
윤석산 한양대 명예교수/2015-12-17(한국일보)

동학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뭘까. 동학란, 전봉준, 전라도, 그리고 최제우일 것이다. 동학이 우리의 역사에 그 얼굴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역사적 사건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갑오동학농민혁명이기 때문이다.

갑오동학농민혁명은 한국 근대사에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사적 판도를 바꿔놓은 큰 힘으로 작용했음이 역사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동학이라고 하면, 으레 갑오동학농민혁명을 떠올리고, 전봉준, 또 이 혁명이 발발한 전라도 호남지역을 떠올린다.

그러나 경상도는 동학혁명의 동인(動因)이 된 동학의 정신이 꽃핀 곳이다. 흔히 그 근원은 잊어버리고, 현상만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기 때문에 동학이라고 하면, 전봉준과 호남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동학은 격변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변혁과, 변혁을 통한 새로운 삶(다시 개벽)을 이룩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1894년 갑오동학혁명, 1904년 갑진개화운동, 동학정신을 계승한 천도교가 주도한 3ㆍ1독립운동, 그 이후의 출판, 문화, 어린이, 농민운동 등을 들 수가 있다.

동학 정신은 갈등과 분열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이라는 이 시대, 인류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고 그러므로 인류와, 나아가 세계와 통하는 정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북 지역은 이와 같이 동학을 통한 인류사적인 정신이 발원한 지역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오늘처럼 동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시간이야말로 다시 개벽의 초석이 될 것이다.

▦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2015-12-17(한국일보)
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2015-12-17(한국일보)

오늘날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OECD행복지수 36개국 중 24위, 세계행복지도 102위, 청소년 자살증가율 세계 1위, 청소년행복지수 4년 연속 세계 꼴찌, 청소년 흡연율 세계 1위, 희망이 없는 나라, 부자만을 위한 나라 등 암울하기 짝이 없다. 동학이 꿈꾼 세상은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이었는데 이와 거리가 멀다.

동학이 꿈꾸는 세상을 향한 실천의 발걸음을 내 딛을 때다. 동학은 한마디로 조선의 학문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 중심의 학문이고, 우리 고유의 사상이다. 또 우리 정신이다.

동학은 마음 수행과 학문은 같다는 도학일치를 지향했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 속담처럼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와 나누는 유무상자(有無相資)를 통해 상생을 실천하고, 그런 행위를 서로 격려했다. 동학은 보국안민을 이야기하며 정의사회를 꿈꾸었다. 동학농민군은 의군(義軍)이었다.

동학은 “사람이 하늘이다”는 당시로선 엄청난 선언으로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고, 동시에 예고했다.

인간중심, 문명창조, 자연 중심으로 후천개벽을 이뤄야 한다. 동학은 삼삼오오 접을 만들어 수행과 공부모임을 했던 만큼 일상 생활 속에서 동학 접모임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해야 한다.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2015-12-17(한국일보)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2015-12-17(한국일보)

경북은 어느 지역보다 동학의 중추가 되는 곳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적 뿌리였던 동학이 경주 산중에서 탄생(1860)했고, 도인이 급증하자 조직적인 관리를 위해 도입한 접주제는 포항에서 시작(1862)되었다. 삿된 도를 폈다는 이유로 효수형에 처해진 교조 최제우의 순도지는 대구(1864)고, 이후 동학을 체계화하고, 저변을 다진 곳이 포항 영덕 영양 울진 등 경북동북부지역이다. 또 동학도가 중심이 된 최초의 동학농민혁명이 영해에서 일어(1871)났고, 신분차별을 넘어 여성우위시대를 예견한 ‘내수도문’은 김천에서 반포(1890)됐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과 최초로 접전을 벌인 곳이 예천(1894)이고, 동학농민혁명 국면에서 일제처럼 병참기지를 마련하고 활용한 곳이 문경이다. 또 동학농민군의 투쟁이 본격적인 항일의병운동으로 전개된 곳이 안동이다. 특히 동학농민혁명 이후 ‘포스트 동학’을 재건하고 이끌어간 곳이 상주(1915)다.

팩트 나열만으로도 동학에 관한한 경북의 위상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동학을 위상의 높낮음으로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몹쓸 짓이다. 동학은 근본적으로 매우 슬픈 이야기다. 숱한 희생 뒤에 평등을 얻고, 근대가 열렸다.

동학의 상징적 장소들 중 상당수를 보편적인 ‘유적지’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그냥 ‘터’일 뿐이다. 기억되지 못한 채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터. 그러나 생각을 좀 해 보면, 그 빈터야말로 동학의 슬픈 사연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겠다. 요란스럽게 단장하는 것보다 있은 채로 놓아두는 것도 또 하나의 기억 방법이겠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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