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축소 흐름 시작돼
실물ㆍ금융 전반적 파장 불가피
위기관리 시스템 철저히 다져야
미국이 마침내 금리인상에 착수했다. 한 번 올리고 마는 게 아니라, 지난 7년 간 이어진 ‘제로(0)금리’ 시대를 끝내고 앞으로 금리를 점진적으로 더 올리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인 만큼 글로벌 경제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쳐 단행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인상폭은 0.25% 포인트다.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고용여건(실업률 5%)과 주택가격 상승 등 뚜렷한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상황 등에 따라 물가가 목표치인 2%에 아직 미달하는 점 등을 감안해 가장 무난한 수준의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앞으로 경제여건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미국 금리인상 행진이 최소한 정상수준인 3.5%선에 이를 때까지 계속될 걸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은 전세계에 넘칠 정도로 공급됐던 글로벌 자금이 점차 줄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금리인하와 병행한 3차례의 장기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4조5,000억 달러(한화 약 5,269조5,000억원)를 시중에 풀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와 일본 역시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한 ‘돈 풀기’에 합세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유동성 풍년을 구가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달러강세로 세계에 풀렸던 자금은 빠르게 미국 등 자본 중심부로 역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전세계에 풀렸던 유동성이 역류해 중심부로 회귀하는 조짐은 이미 금융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17억 달러 이상, 그 중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10억5,000만 달러 정도가 이탈했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금리인상과 달러강세에 따른 미국 금융자산의 가치 상승 등을 좇아 아시아 증시에서 글로벌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향후 중국 저성장과 유가 급락 등에 따른 자원수출 신흥국들의 재정위기와 맞물릴 경우, 1996~1998년의 아시아 경제위기 같은 초대형 ‘퍼펙트스톰’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리 정부는 아직 미국 금리인상 충격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충분히 예측됐고, 경제 펀더멘털과 대외지급능력 등이 97년 경제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작은 구멍 하나가 제방을 무너뜨리듯, 위기는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97년 위기 당시 종금사의 감춰진 대외채무가 그런 고리였다면, 지금은 가계 및 기업부채나 중후장대 산업의 위험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 전반의 거품 제거를 위한 정책 전환과 ‘원샷법’ 등의 구조조정 입법이 절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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