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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한국교회의 ‘동성애 혐오’ 성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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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한국교회의 ‘동성애 혐오’ 성찰할 것”

입력
2015.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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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7일 성소수자 문제의 공론화 계획을 밝히고 관련 소책자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7일 성소수자 문제의 공론화 계획을 밝히고 관련 소책자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더 이상 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혐오와 폭력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다툴 때 작은 사람의 자리에 서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ㆍ이하 교회협)가 국내 개신교 관련 단체 중 처음으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문제의 공론화에 나섰다. 교회협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교회도 성소수자에 대한 열띤 논쟁을 겪었고, 상황이 마찬가지인 한국 교회도 이 문제를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성소수자 문제를 진솔하게 논의할 대화의 장, 토론회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성소수자 문제에 열린 태도를 촉구한 뉴질랜드 장로교회 소속 알렌 브레쉬 목사의 저서를 번역한 책자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 교회 그리고 게이, 레즈비언 교인들’을 공개했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해온 국내 개신교계 내부에서 성소수자 인권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은 처음이다.

교회협은 당초 LGBT 관련 신학토론회를 계획했으나(본보 8월 13일자 18면), 동성애 옹호를 금기시하는 풍토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논할 토의 패널을 구하지 못해 고전한 끝에 관련 행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교회협 한 목사는 “아직까지는 찬성 혹은 반대로 입장을 정리하기 어려워하는 교회 분위기를 감안해 기초 단계에서부터 차분히 소통의 장을 열자는 취지에서 우선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옮겨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올 6월 한 기독교단체 회원 등이 행사장인 서울광장 인근에서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올 6월 한 기독교단체 회원 등이 행사장인 서울광장 인근에서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주 교회협 총무는 “공권력이나 다수자에 의한 물리적, 언어적 폭력이 일상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사회 환경이 강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성적 취향의 차이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교회에서 무차별 언어 폭력을 당하고, 정죄당해야 하는 상황을 모두가 침착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논의는 시작하더라도 당장 찬반 입장 및 성명서 발표 등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성경이 직간접적으로 동성애를 금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논쟁이 만만치 않은데다, 관련 조직까지 꾸려 강경한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내는 기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은 올해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를 출범해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 반대 탄원 등을 주도해왔다.

교회협 관계자는 “워낙 동성애 교인들에 대한 물리적 언어적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자중하고 건강한 토론을 해보자는 의도”라며 “참된 교인이라면 이런 논의 시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희망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 책자에 첨부한 동성애 관련 세계 교회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 책자에 첨부한 동성애 관련 세계 교회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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