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앞두고 천주교, 개신교계, 불교계의 지도자들이 성탄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발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7일 발표한 성탄 메시지를 통해 “이 세상에 아무리 죄악과 증오, 폭력이 기승을 부린다고 해도, 우리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화해와 용서의 실천을 통해 한 가족이 되는 길을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고 정의의 실현이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품위를 존중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형제애를 실천하는 사랑의 결실"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고 끈질긴 인내가 필요한 만큼 우리 신앙인들의 책임과 의무가 막중하다”고 호소했다.
또 염 추기경은 “정치 지도자들은 평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열망에 귀 기울여서 당리당략을 넘어 참된 평화와 정의의 실현을 정치 활동과 정책 결정의 중심으로 삼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같은 날 공개한 성탄 메시지에서 “예수님께서 보이신 십자가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며, 온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그 아들까지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마음에 깊이 되새길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우리 기독교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교권주의, 물량주의에 빠져 분열과 갈등으로 대립해 온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며,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날 메시지를 낸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기다리는 자에게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분께서 가져오신 평화가 이 땅의 어둠을 밝히고 눈물을 몰아내며 막힌 담을 헐어 모든 생명을 화해하게 하는 힘이 되기를 기도한다”며 “넘치는 사랑의 은혜로 모든 이들의 혐오와 분노를 녹이시고 우리 사는 세상에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져 이 땅에도 새로운 삶의 희망이 넘쳐 나기를 소망한다”고 희망했다. 김 총무는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거대한 공권력의 물대포 앞에 쓰러진 이 땅의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앞서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화합과 상생을 의미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등을 점등하고 축하메시지를 냈다. 자승 스님은 이 자리에서 “어느 때보다 상생과 평화가 절실한 해”라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우리의 삶은 더없이 성숙해지며, 우리 모두가 부처님이고 예수님”이라고 말했다. 또 “허다한 죄를 덮는 사랑으로 모두가 마음의 등불을 밝혀 서로에게 빛이 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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