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의 루키 포워드 송교창(19ㆍ199.5㎝)은 프로농구 코트를 누비는 유일한 고교생이다. 현재 삼일상고 3학년으로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3순위는 고졸 출신 역대 최고 순위다.
2004년 이항범이 고졸 출신으로 처음 KCC 유니폼을 입었지만 단 한 번도 실전에 나선 적 없이 자취를 감췄다. 이듬해에는 한상웅이 전체 3순위로 서울 SK에 둥지를 틀었지만 재미 동포 자격인 데다, 고교 졸업 후 뛰어 들어 송교창과는 경우가 다르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의 영입 1순위였던 송교창은 고교 최대어답게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실력도 소문대로 빼어났다. 입단 후 D리그(2부리그)에서 7경기를 뛰며 평균 18.9점 7.4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고교생이 첫 성인 무대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자 추승균(41) KCC 감독은 그를 1군에 올려 11일 원주 동부전부터 실전에 투입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첫 득점은 16일 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올렸다. 이날 4쿼터에 6분25초를 뛰며 4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설렘이 채 가시기 전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송교창은 “프로 첫 득점도 올리고, 팀 선배들도 경기를 잘 해 기분이 좋았다”며 “무엇보다 득점에 성공하자 팬들이 더욱 좋아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그는 “D리그와 1군 리그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면서 “많은 관중이 환호하고 그러니까 더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고교생에서 프로 선수로 적응은 진행형
송교창은 아직 모든 게 어색했다. 전주 홈 경기장도 낯설고, 팬들이 환호해주는 데 팬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송교창은 “체육관에서 구단 버스를 탈 때 팬들과 하이파이브 정도만 할 뿐”이라고 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뿐 아니라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것도 현재 진행형이다. 기본적으로 프로 팀들의 전술은 고교생에게 어렵고 복잡하게만 다가온다. 송교창은 “2대2 플레이나 수비 자세, 전술이 고교 때와 다르니까 혼란스러웠다”며 “코치님들과 룸메이트 (김)태술이 형이 많은 도움을 줘서 적응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태술이 형은 “‘네가 농구했던 모든 것을 지우고 하나 하나 배워가라’고 조언해줬다”고 밝혔다.
슛 자세도 교정 중이다. 그는 “감독님이 슛을 쏠 때 ‘하체를 많이 쓰라’는 얘기를 했다. 팔도 너무 올려 쏘지 말고 스냅과 손의 감각으로 던지라고 했다. 몸에 뱄던 폼을 바꾸는 과정이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인데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큰 키에 비해 몸무게 89㎏으로 마른 편이라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송교창은 “동부전에서 웬델 맥키네스랑 한 번 부딪쳤는데 깜짝 놀랐다”면서 “정말 차원이 다른 파워였다. 시간 나는 대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버틸 힘을 키워야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역대 기록에 도전하는 포워드 목표
송교창은 사실 대학에 진학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프로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생각을 바꾼 계기는 지난 6월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난 뒤다. 그는 “나보다 큰 상대 선수들과 붙어보니 기량이 조금 더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실행으로 옮기려고 하니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농구는 신체적인 조건에 따른 경기력 차이가 커 고졸 출신들이 곧장 프로에 진출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송교창은 “어떻게 보면 도박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 한 것 같다. 3순위로 좋은 구단에 왔고, 좋은 선배들을 잘 만났다”고 웃었다.
송교창은 다른 입단 동기들보다 어린 나이에 도전을 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은 많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드는 데 반해 송교창은 아직도 고교생 신분이다. 추 감독은 이번 시즌을 송교창의 적응기로 생각하고 내년 시즌 주요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함께 프로에 뛰어든 입단 동기들보다 더 많은 시즌을 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포부도 남달랐다. 송교창은 “포워드로 할 수 있는 기록들을 하나 하나 쌓아가겠다”며 “역대 기록에 도전하는 걸 목표로 세우고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주=글ㆍ사진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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