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취재진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인 방송인 노홍철(37)은 한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중앙에 이어 왼쪽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며 수초 간 허리를 굽혔다. 17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tvN ‘내 방의 품격’ 제작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공식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적발 이후 방송을 중단한 지 1년 여 만의 공식석상이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던 노홍철은 “어떤 사과의 말로도 저지른 실수를 씻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사진촬영이 끝난 뒤 노홍철은 마이크를 들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드릴 수 있게 된 점 감사 드린다. 지금 많이 떨린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걱정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할수록 어떤 말로 사과를 드려도 큰 잘못이 씻기지 않을 것이란 걸 너무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방송이나 방송 외적으로 드린 실망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테리어 토크쇼 ‘내 방의 품격’과 ‘노홍철의 길바닥 SHOW’까지 이달에만 tvN에서 2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어떤 결심을 했나?
“워낙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방송을 하지 않는 게 맞다 생각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고 만약 방송을 다시 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으로 인사를 드려야 하나 고민을 했다. 1년 동안 시청자 신분으로 돌아가 방송을 보니 출연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시청자도 편하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워낙 인테리어 쪽에 관심이 많다. 집도 직접 꾸미고 시공만 수 차례 했다. 어떻게 하면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안 했다. 복귀 성공 여부보다는 내가 관심이 많고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자고 결심했다.”
-방송 복귀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다.
“당연하다. 활동하기로 결심한 것도 ‘더 혼나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MBC ‘무한도전’(‘무도’) 복귀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다. 복귀하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무도를 다시 한다는 건 내가 허락이 안 된다. 무한도전은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됐다. 워낙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는 방송이라 더 조심스럽다. 어찌됐든 나한테는 가장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노홍철을 만든 프로그램이니까. 지금도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무도’ 멤버들과 제작진이다.”
-김태호 PD는 복귀에 관해 무슨 말을 하던가?
“김태호 PD나 유재석씨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무도(멤버에 관한 일)는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거다. 복귀 여부도 단정짓지 말고 많은 시청자들이 바라는 쪽으로 생각을 해보자고 하더라.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내가 규정지어서 답하기가 어렵다. 내가 불쾌한 시청자가 있다면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거고 혹시라도 소수의 시청자가 원한다면… 모르겠다. 결론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 ‘무한도전’ 시청자들이 복귀를 바란다면?
“원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멤버들끼리 정할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아니다.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지난 9월 MBC 추석 특집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출연해 자숙기간 여행을 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좋아하는 아이템이었지만 따끔한 지적을 많이 받았고 나 역시 똑같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내가 잘못한 부분을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걸 지양하려고 했지만 워낙 자연스럽게 촬영하다 보니 (음주운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시청자 입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마음가짐이 예전과 다를 것 같다.
“예전에는 내 행동에 제약을 안 두고 자유롭게 방송을 했다. 생각 많이 안 하고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한다는 태도로 임했다. 이번엔 다르다. 편집권은 물론 제작진의 고유권한이지만 혹시라도 촬영 때 했던 말이 좀 걸리면 제작진에게 조심스럽다고 말하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작발표회 분위기가 나 때문에 가라앉아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앞으로 힘 있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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