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8,000억원대 사기대출 범죄를 저지르고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도주했다가 검거된 KT ENS의 협력업체 대표 전주엽(49)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철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증재 혐의로 전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KT ENS에 모바일 프린터, 휴대폰 충전기 등을 납품하는 J사 대표인 전씨는 2008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다른 협력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KT ENS에 휴대전화 등을 납품한 것처럼 작성된 허위 매출채권을 이용, 국내 15개 은행으로부터 1조7,927억원 상당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 대출 사건으로, 전씨 등이 ‘돌려막기’를 통해 일부 대출금을 상환하고도 갚지 않은 피해액만 2,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허위 납품서류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대가로 KT ENS 시스템영업본부장 김모씨에게 법인카드 등 8,300만원 가량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도주한 전씨는 홍콩과 뉴질랜드를 거쳐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에 정착, 대저택을 구입해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검거돼 지난 달 국내로 송환됐다. 수사당국은 지난 해 전씨의 소재를 파악했으나 바누아투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송환에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 대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씨와 KT ENS 김 부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7년을 선고 받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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