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내세워 고객을 모집한 뒤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하면서 연수비용을 중간에서 빼먹은 유학원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노공)는 ‘저렴하게 어학연수를 보내주겠다’고 홍보한 뒤 피해자 15명으로부터 입금 받은 돈 5,500여만원을 가로채고 해외 어학원의 입학허가서를 위조한 혐의(사기ㆍ사전자기록 위작 등)로 어학원 대표 안모(38)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명문사립대 학군단(ROTC) 출신 전역장교인 안씨는 10여년 전 장교 출신들과 함께 ‘유학장군’이라는 유학원을 만들었다. 이들은 “취업이 어려워진 장교 후배들과 군 가족들을 위해 저렴한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해 젊은 나이에 제대한 군인들을 끌어 모았다. 틈새 시장을 노린 전략이 먹혀 들자 유학장군은 급성장했다.
순조롭던 사업에 차질이 생긴 건 안씨의 도박 때문이었다.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댄 안씨는 수억원을 도박에 탕진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안씨는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해 현지 어학원에 보낼 돈 중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신규 고객의 돈을 받아 메우는 돌려막기식 운영을 했다. 2013년부터는 위조된 등록증을 받아 현지 유학원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돌아오거나, 입금한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 예정기간의 절반만 교육받고 쫓겨나는 등 피해자가 속출했다. 뇌종양이 발견돼 어학연수를 미뤘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 이들은 2014년 서울 구로경찰서에 안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안씨가 필리핀으로 도주하자 지명수배하는 한편, 외교부에 요청해 여권무효화 조치를 취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에 유학장군 인터넷 사이트 폐쇄를 요청해 삭제시켰다. 1년여 도피 생활을 하던 안씨는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돼 지난달 13일 한국으로 이송돼 구속됐다. 안씨는 “도주한 것이 아니라 필리핀 현지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되돌려주려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피해자로 특정한 인원은 극소수”라며 “피해를 본 사람들만 수백명에 달하고 있지만 수사가 길어지면서 포기한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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