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총선에서는 거물 정치인의 후예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대선에 세 번 출마해 낙마했던 원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며 세력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서거 이후 의회주의자로서 면모가 재조명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출마설도 나와 정가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이 전 총재는 16일 자신을 1998년부터 10년 간 ‘그림자 수행’한 이채관 경남대 초빙교수의 마포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이 교수를 비롯해 이 전 총재의 개인 사무실 건물 이름을 딴 가신 그룹 ‘단암팀’ 3인방이 모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축사에서 “이 후보는 제가 어려울 때 제 곁에서 저를 받쳐줬지만 저는 정작 그에게 해준 게 없다”며 “정직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개소식에 얼굴을 비쳤다. 유 의원은 “이 후보가 이 전 총재가 말씀하신 정치를 할 수 있는 분이라 확신한다”며 “제가 요즘 좀 외로운데 저와 힘을 합쳐 좋은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전 총재의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지낸 최측근 지상욱 새누리당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이 일찌감치 표밭을 다지고 있다. 지 위원장은 부인인 배우 심은하씨의 조력에도 크게 기대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브레인’ 출신인 최형철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 역시 서울 송파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15일 자신을 보좌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서 “이 전 수석과 같이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잇따르고 국민의 사랑을 받아 일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을 출마를 준비중인 이 전 수석을 비롯해 친이계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전 수석 말고도 여러 MB맨이 정계 진출 혹은 복귀를 노리고 있다. 대통령실 대변인과 춘추관장을 지낸 박정하 전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는 고향인 강원 원주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친박계 공천학살’ 논란을 일으켰던 이방호 전 의원은 경남 사천ㆍ남해ㆍ하동 출마 의사를 밝혔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도 성남 분당을에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각 같은 지역에서 재선과 3선을 지냈다. 안경률 전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 김효재 천 청와대 정무수석(서울 성북을)도 재기를 준비 중이다.
정가에선 김현철 전 부소장의 출마 여부도 관심이다. 김 전 부소장은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끊임없이 출마설이 나온다. YS의 상도동 자택이 있는 서울 동작을, YS의 고향인 경남 거제, YS의 부친 김홍조옹이 생을 마무리한 경남 마산 등 지역구까지 거론된다. 김 전 부소장을 두고는 새정치민주연합 영입설까지 나와 주목된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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