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요리방송)이 한 물 갔다고요? 천만에요, 이제 시작인데유?”
‘백 주부’ 백종원(50)에게 “기세 등등하던 쿡방도 한풀 꺾인 것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메뉴 하나에도 지역, 식재료, 조리법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데요. 끝이 없어요 끝이”라는 ‘백 선생’다운 대답이 돌아온다.
15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진행된 SBS ‘백종원의 3대천왕’ 녹화현장. 떡볶이를 놓고 명인 세 팀이 본격 대결을 펼치기 전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백종원은 특유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사람 좋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쿡방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특히 ‘3대천왕’처럼 떡볶이, 치킨, 국밥 등 소박한 메뉴지만 최고의 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요리 장인들의 손맛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프로그램이 지역상권을 살리는 거예요. 치킨 방송 한번 나가면 전국에 있는 치킨 집 매상이 확 뛰니까요.”
하지만 맛집 관련 방송의 여파는 단순치 않다. 방송에 소개된 식당은 다음날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옆집 식당은 “손님 다 빼앗겼다”며 울상 짓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주변 분들이 잠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뿐”이라며 “나도 음식장사를 하지만 일단 골목에 사람이 몰리면 장기적으로 상권 전체가 살아날 수밖에 없다”며 다년 간 수십 개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경영한 경험을 털어놨다.
‘3대천왕’은 백종원의 현지 먹방, 명인들의 요리, 또 다른 MC ‘먹 선수’ 김준현의 스튜디오 먹방으로 구성된다. 시청자들은 두 MC의 모습을 보고 “참 맛있게도 먹는다”며 감탄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스튜디오에서 세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맛 보는 MC 김준현의 위 상태를 걱정한다. “녹화장 오기 전에 아침밥도 든든히 먹고 쉬는 중간중간 빵도 먹습니다. 그래도 배 안 부르니 걱정 마세요.” 김준현의 대답이 능청스럽기 짝이 없다.
요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MC 이휘재도 지난 10월 ‘낙지볶음’편 이후 “지금도 환상적인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더니 “촬영 때마다 백종원과 김준현이 나누는 음식 얘기에 끼지 못하고 소외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둘보다 메뉴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고 웃었다.
과거 올리브TV ‘한식대첩’에서 희귀하고 값비싼 식재료에 대한 설명을 줄줄 읊어 ‘백과사전’이란 별명이 생긴 백종원은 대중적인 음식을 다루는 이 프로그램이 몸에 더 맞는 옷이란다. “워낙 이런 종류 음식을 좋아하니까. 내 입맛에 딱 맞죠.”
시청률 7~8%대를 오가며 금요일 밤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지만 갈수록 명인 섭외가 어려워지는 건 제작진의 고민이다. 지난 9월 방송 5회 만에 3대 천왕 중 1위를 뽑는 대결 구도를 없앤 것도 경쟁이 부담스러워 출연을 꺼리는 명인들 때문이었다.
연출을 맡은 유윤재 PD는 “장사를 하루 쉬고 방송에 출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수십 만원짜리 최고급 요리는 아닐지라도 우리 동네의 맛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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