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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 한라 눈꽃에 취할 때 바다는 더 농익어가고…

입력
2015.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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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ㆍ적ㆍ청 3색의 매력이 발산하는 제주의 겨울을 즐겨보자.
백ㆍ적ㆍ청 3색의 매력이 발산하는 제주의 겨울을 즐겨보자.

깊어진 겨울, 찬바람이 제주를 휘감는다. 세찬 바람에 파도도 거칠어졌다. 겨울 바람은 까만 돌담의 숭숭 뚫린 구멍을 빠져나가며 휘파람 소리를 길게 내뱉는다. 많은 생명이 움츠러들지만 제주의 겨울은 또 다른 빛깔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한라의 고원이 흰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눈꽃세상을 펼쳐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한라에 순백이 깃들 때 짙붉은 동백도 정염의 꽃망울을 터트린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제주의 푸른 빛이다. 한겨울의 찬바람과 찰진 바다는 더욱 농익은 푸른 색을 풀어낸다.

순백의 한라, 구도의 순례길

한라의 설경. 영실코스로 윗세오름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거대한 설원.
한라의 설경. 영실코스로 윗세오름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거대한 설원.

한라산은 제주에서 가장 일찌감치 겨울을 품었다가 느지막이 겨울을 떠나 보내는 산이다. 우리 땅 가장 남쪽에 있건만 은하수를 거머쥘 만큼 하늘과 가까운, 제일 높다란 봉우리이기 때문이다.

사방의 바다에서 피워 올리는 수증기가 눈구름이 돼 겨우내 한라산을 덮는다. 한라산의 눈꽃은 그래서 쉽게 지지 않고, 매일 새로 두툼하게 피어난다.

제대로 된 한라산 눈꽃 여행은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한다. 한참을 걸어 농밀한 한라의 숲을 지나면 한없이 펼쳐진 고원의 광야를 만난다. 오로지 하양만 가득 채우고 있는 공간. 참꽃의 잔가지들은 가녀린 눈꽃을 피워내고, 우뚝 선 구상나무들은 두툼한 눈의 갑옷을 입고 도열해 있다. 한라의 겨울이 펼쳐낸 마법과 같은 세상이다. 순백을 걷는 한라의 순례객들은 그 길을 엄숙히 걸어 오른다.

한라산 코스 중 정상인 백록담을 오를 수 있는 구간은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다. 어리목과 영실, 돈내코 코스는 백록담 바로 아래 윗세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지만 한라의 설경을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백록담이나 윗세오름까지가 벅차다면 사라오름을 추천한다. 성판악휴게소에서 2~3시간 거리에 있다. 2010년에 개방된 오름으로 백록담처럼 눈을 소복하게 담고 있는 분화구가 있다.

하얀 겨울에 떨어진 붉은 점 하나

겨울을 붉게 타오르게 하는 카멜리아힐의 동백.
겨울을 붉게 타오르게 하는 카멜리아힐의 동백.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의 카멜리아힐은 이름 그대로 동백의 언덕이다. 17만㎡가 넘는 부지에 온통 동백을 테마로 꾸며놓은 곳이다. 제주의 사업가 양언보씨가 수십년 직접 손으로 가꿔 일궈낸 동백의 정원이다.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을 때면 동백꽃에서 시련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는 그는 국내 각 지역 동백을 수집했고, 전세계를 돌며 특이한 동백을 모아 가지고 들어왔다. 카멜리아힐이 보유한 동백의 종류는 500여종, 나무는 전체 6,000그루가 넘는다.

동백의 숲 사이로는 화산토인 송이를 깔아놓은 산책길이 놓여있다. 빨간 꽃잎이 떨어진 산책로를 따라 사색의 걸음을 걸을 수 있다. 연못과 꽃나무가 조화를 이룬 보순연지도 볼 만하다. 카멜리아힐 한가운데엔 가곡 ‘떠나가는 배’의 노랫말을 쓴 제주 시인 양중해(1927~2007)의 삶과 문학 세계를 추모하는 현곡 양중해 기념관이 있다. www.camelliahill.co.kr (064)792-0088

사철 푸름이 감싼 섬 우도

검멀레 해변이 있는 우도봉 아래 해벽이 감싸고 있는 오묘한 빛깔의 바다.
검멀레 해변이 있는 우도봉 아래 해벽이 감싸고 있는 오묘한 빛깔의 바다.

제주에 속한 섬인 우도는 제주의 미를 한데 축소시켜놓은 미니어처 같은 공간이다. 제주의 바다 중 가장 아름다운 빛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남북 3.53㎞, 동서 2.5㎞, 둘레 17㎞의 아담한 규모지만 그 어느 곳보다 맑은 해수욕장과 드넓은 풀밭, 흰 등대 뾰족하게 솟은 가파른 해벽 등 그림 같은 풍광을 품고 있다.

우도 관광은 해안도로를 따라 이뤄진다. 우도항에서 시계방향으로 돌 때 처음 만나는 포인트는 서빈백사 홍조단괴 해변. 눈부시게 흰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다. 김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가 딱딱하게 굳어 형성된 홍조단괴가 다시 부서져 생긴 해변이다.

섬의 북쪽 테두리를 돌아 만나는 하고수동에서도 서빈백사 못지않은 아늑하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만난다. 작은 만 가득 곱디 고운 모래와 에메랄드 빛 바다가 담겨있다.

우도의 동쪽엔 서빈백사와는 정반대로 검은 모래가 깔린 검멀래 해변이 있다. 우도봉 아래 깎아지른 벼랑이 품고 있는 백사장이다. 이 우도봉 해벽이 품은 오묘한 바다 빛깔 또한 한겨울 더욱 짙어진다.

섬의 전망대 우도봉(132m)은 우도 관광의 하이라이트. 발 아래로 섬 전체의 아기자기한 풍광이 내려다 보인다.

제주=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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