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클래식과 담 쌓았던 아이... 담 허무는 지휘자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클래식과 담 쌓았던 아이... 담 허무는 지휘자로

입력
2015.12.16 20:00
0 0
'한예종 출신 중에서 제일 잘 나가냐?'는 돌직구 질문에 최수열 부지휘자는 “청주시향, 제주시향, 군산시향 상임지휘자들이 전부 대학 선배”라고 답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한예종 출신 중에서 제일 잘 나가냐?'는 돌직구 질문에 최수열 부지휘자는 “청주시향, 제주시향, 군산시향 상임지휘자들이 전부 대학 선배”라고 답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책에 대한 감상평을 내놓자 “정독하실 책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겸손의 멘트를 배경음악처럼 반복하면서도 눈은 책에 꽂혀 있다. “철모르는 시절에 출간 계약했다가 부랴부랴 썼다”면서도 “지휘봉은 제일 싼 악기” 같은, 책에 다 써놓은 말을 한 마디씩 흘린다.

이 언행불일치의 남자는 최수열(35)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2013년 9월 차세대 지휘자 발굴ㆍ육성을 위한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정명훈 예술감독과 단원들로부터 최고 점수를 받아 지난해 7월 부지휘자 자리를 꿰찼다.

그가 최근 에세이 ‘젊은 마에스트로의 코데타’(아트북스 발행)를 냈다. 14일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최수열은 “2009년 독일 유학할 때 (집필) 제안을 받았는데, 뭣도 모르고 좋다고 했었다”며 “음악잡지 칼럼은 재미있게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 한 권을 쓰다 보니 글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 쑥스럽게 말했다. “올해 초 다시 쓰기 시작하며 저를 되돌아보니, 딱 18년 지났더라고요. 제가 18살에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거든요.” 지금이 지휘 인생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시기란 뜻으로 책 제목에 이탈리아어로 ‘작은 종결부’를 뜻하는 ‘코데타’를 넣었다.

최수열은 성공회성당, 정동제일교회 등 서울 명소에서 선보인 ‘클래식 르네상스’, 시향 연습실을 최초로 공개한 ‘리허설룸 콘서트’ 등 누구든 부담 없이 오케스트라를 즐기도록 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왔다. 이달 10일 스탠딩 콘서트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성수동 창고 음악회’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인터넷으로 서울 시내 전시장을 검색하다 찾은 장소”란다.

이런 그가 어린 시절 클래식 음악과 얼마나 거리가 멀었는지는 책에 잘 나와있다. 최수열의 아버지는 현대음악 작곡가 최동선(73). 어린 시절 ‘난해한 연주회장’을 자주 따라다니다 외려 클래식과 담을 쌓고 지냈다. 그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난 건 아버지의 서재에 굴러다니던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음반을 들으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내내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했다’고 쓴 그는 지휘자가 된 후 딱 한번 이 작품을 지휘했다. “2010년 고양아람누리홀에서 연주했는데, 제 사연도 소개하며 공을 들였죠. 한데 관객이 너무 어렸어요. 초등학생들이었거든요. 하하.”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그렇게 싫어했던 현대음악은 지휘자 최수열의 특기가 됐다. 학생시절 작곡과 친구들이 쓴 곡을 지휘하며 명성(?)을 쌓은 그는 독일 유학 후 2010년 독일의 세계적인 현대음악 연주단체 앙상블 모데른(Ensemble Modern)이 주관하는 아카데미(IEMA)의 지휘자 부문에 동양인 최초로 선발돼 1년 동안 이 단체의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서울시향과의 첫 인연도 2011년 현대음악 공연 ‘아르스 노바’에 어시스트 지휘자로 참여하면서 맺었다.

최수열은 내년 1월부터 연 4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를 내레이션과 함께 선보이는 ‘음악극장’도 선보인다. 그는 “새로운 연주 공간과 관객을 찾고, 소통하는데 재미를 느낀다. 서울시향에 있는 동안 이런 기획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 (성신여대 국어국문과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