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16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실적 좋은 계열사에 승진 인사를 집중시키고 경쟁이 치열한 통신시장에 맞춰 SK텔레콤의 조직을 대거 개편하는 등 내년을 겨냥한 공격적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은 대부분 유임됐고 SKC 사장에 이완재 SK E&S 전력사업부문장, SK종합화학 사장에 김형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이 각각 내정되는 등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다. 특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 1971년생인 송진화 SK이노베이션 본부장이 내정되는 등 40대 임원 승진자 비율이 59%에 이르며 세대 교체가 두드러졌다.
주요그룹들이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 규모를 대폭 줄인 것과 달리 SK그룹은 지난해(117명)보다 많은 137명을 승진시켰다. 특히 3분기까지 4조원 이상 누적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와 저유가 및 경기 침체에도 1조5,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낸 SK이노베이션에 승진자가 집중됐다. SK하이닉스의 임원 승진 규모는 19명으로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고 SK이노베이션 계열 5개사에선 31명이 한꺼번에 승진했다.
교체설이 나돌던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올해 흑자 전환으로 지난해 37년만의 ‘적자 쇼크’를 벗어난 공을 인정받았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37명이 승진했던 지난해보다 줄긴 했지만 최근 경제 위기를 반영해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등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SK그룹은 6개 위원회와 1개 특별위원회로 운영되던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를 7개로 재편했다. 기존 전략위원회와 정보통신기술(ICT)ㆍ성장특별위원회를 합쳐 에너지ㆍ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 등 2개 위원회로 나눴다. 각 위원회는 전문성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담당한다.
가장 크게 조직을 바꾼 곳은 정유, 반도체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인 통신을 담당하는 SK텔레콤이다.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 이동통신(MNO) 조직과 플랫폼 조직을 ‘사업총괄’로 묶고 이형희 총괄에게 전권을 맡겼다. 또 기업솔루션부문을 ‘사물인터넷(IoT)서비스부문’으로 바꾸고, 미디어부문을 새로 만들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이인찬 대표가 부문장을 겸하도록 했다. 그만큼 SK텔레콤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 조직 개편이다. SK그룹 이만우 PR팀장은 “경제 위기상황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전진배치한 세대교체형 인사”라며 “창조적 혁신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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