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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별개인 듯 이어진 세 이야기... 1인 다역 배우들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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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별개인 듯 이어진 세 이야기... 1인 다역 배우들 돋보여

입력
2015.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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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코그니토’

연극 '인코그니토'는 뇌를 주제로 한 3개의 옴니버스 연극을 한 장면씩 섞어서 차례로 전개하는 독특한 구성을 사용했다. 코르코르디움 제공
연극 '인코그니토'는 뇌를 주제로 한 3개의 옴니버스 연극을 한 장면씩 섞어서 차례로 전개하는 독특한 구성을 사용했다. 코르코르디움 제공

믿기 힘든 두 개의 실화와 하나의 허구, 결말부의 예측가능한 감동. 영국 신예 닉 페인(31)의 대본을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이 연출한 연극 ‘인코그니토’는 MBC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무대로 옮긴 듯하다. 뇌를 주제로 펼치는 3개의 에피소드는 그지없이 단순한데, 안타깝게도 내용마저 진부하다. ‘진짜 가짜 여부’만 궁금해질 법한 이 연극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건 말하기 방식, 즉 구성의 힘이다. 작가는 뇌라는 주제를 빼면 연결고리 하나 없는 3개의 개별적 이야기를 한 장면씩 섞어서 순차적으로 전개해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첫 번째 이야기,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뇌를 훔친 하비 박사. 아인슈타인 사후, 그의 부검을 맡은 하비는 뇌를 빼내 240개로 나눠 일부를 얇게 잘라 보관했고, 지역 신문기자 스티븐 레비의 취재로 세상에 알려진다. 두 번째 이야기, 30초마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남자. 간질 발작으로 고생하던 미국의 헨리 구스타프 몰래슨은 1953년 양쪽 내측두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30초 넘게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환자가 됐다. 2008년 숨질 때까지 전세계 과학자 120여명의 인지실험에 피실험자로 참여했다. 세 번째 이야기, 이혼 후 여자를 사랑하게 된 여의사. 임상 신경심리학자인 마사는 20년간의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은 후 우연히 만난 여변호사 패트리샤와 연인이 된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50여년 세월을 압축한 두 번째 이야기다. 사랑에 빠진 청년 헨리가 연인을 떠나 보낸 후 홀로 피아노를 연습하고 그의 손녀가 할아버지 헨리를 찾아와 연주를 듣는 장면 전후로 첫 번째, 세 번째 이야기가 끼어들며 각 에피소드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밀고 당긴다.

플래시백, 플래시포워드가 난무하는 작품을 연출은 단순한 무대로 구현했다. 무대를 가로지르는 사선형 녹색 바닥을 중심으로 배우들은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치고, 동성 연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녹색을 벗어나 설치된 그랜드피아노로 돌아가 30초마다 기억을 잃는 남자 헨리 이야기를 펼친다. 1인 4~6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은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전환되는 순간, 사랑에 빠진 20대 청춘에서 마약에 찌든 학생, 죽음을 앞둔 노인으로 변신한다. 다만 동시에 전개되는 3개의 플롯 안에서 이 장면에서 울부짖던 배우가 다음 장면에서 박장대소하는 데에서 집중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부부인 양정웅 연출가, 윤다경 배우가 함께 만든 첫 번째 작품. 하비 역의 김대진, 헨리 역의 남윤호, 패트리샤 역의 장지아 등 누구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열연이 이 연극의 품격을 올리는 진짜 비결이다.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02)889-3561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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