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골프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한 골퍼들이 기부와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
최나연(28ㆍSK텔레콤)은 아너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 모임) 회원이다. 지난 시즌 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그는 지난 15일 “형편이 어려운 홀몸노인 등 소외 노인들을 위해 쓰이길 희망한다”며 성금 1,000만 원을 서울 서초구에 전달했다. 앞서 8일에는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18)군에게 자선경매 수익금과 성금 등 2,000만 원을 건넸다.
김해림(26ㆍ롯데)은 2부 투어 활동 때부터 소외계층에 대한 나눔의 손길을 꾸준히 내밀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매년 상금의 10%씩 기부를 해왔다. 최근 두 달간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쾌척했다. 김해림은 KLPGA 투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또 김효주(20ㆍ롯데)는 16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야외광장에서 열린 롯데그룹 구세군 모금행사에서 롯데헬스원 ‘황작’ 광고모델료의 일부인 3,500만원을 기부했다.
봉사활동 등 선행을 펼치는 골퍼들도 많다. KLPGA 투어 간판스타 박성현(22)과 고진영(20ㆍ이상 넵스)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해 일일산타로 변신했다. 이들은 15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울 지역아동센터에서 후원사인 가구전문기업 넵스 임직원 10여 명과 함께 ‘꿈의 가구 기증’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날 박성현과 고진영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직접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골프공 오래 튕기기’ 등 게임을 하고 주방가구 설치와 청소 등도 도왔다.
박성현은 “지난해 아동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무관으로 왔었는데 올해는 아이들과 약속한 우승을 4번(2016시즌 개막전 포함)이나 하고 오게 돼 기쁘다. 아이들의 꿈이 만들어지는 공간에 가구 기증을 하고 아이들과 추억도 함께 만들게 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소외계층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선수들은 잘 먹는 게 중요한데 한창 크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방공간에 놓일 가구를 기증하는 일에 참여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다음에 기증을 할 때도 또 오고 싶다”고 전했다.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유소연(25ㆍ갤럭시아SM)은 지난 11일 골프존유원그룹의 임직원들과 서울 성북구 정릉을 찾아 연탄 난방을 하는 홀몸노인 가구 27곳에 총 5,000장의 연탄과 쌀을 직접 배달했다. 외풍이 들어오는 창문 틈에 문풍지를 붙이는 등 소외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도왔다. 골퍼들의 이 같은 기부와 선행은 소외 계층을 돕는다는 의미 외에 크게 볼 때 귀족 스포츠로 알려진 골프에 대한 인식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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