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16일 오전 부산대 교정.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의원직 제명파동 등 반민주적인 정치 행태에 불만을 품은 부산대 학생들이 도서관 인근에 모였다. 이어 진압부대가 최루가스 분사장치 ‘페퍼포그’ 차량을 앞세워 교정에 나타났다. 그러나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었다. 진압부대에 자극을 받은 학생들이 캠퍼스 전역에서 몰려 들었고 그 수는 7,000명 가량이나 됐다.
분노한 학생들은 교정 담장을 허물고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시내 시위대열에 고신대와 동아대 학생, 시민까지 합류하며 인원은 크게 불어났다. 이날 오후 7시 부산 서구 충무동 옛 부산시청 앞에 5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시위는 격렬해져 기동순찰차와 파출소, 방송국과 지역 언론사가 습격 받아 파손되고 불에 탔다. 이틀 뒤인 18일 새벽 부산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돼 1,050여명이 연행되고 60여명이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시위는 진정됐지만 26일 유신체제는 끝이 났다. 부마항쟁에 대한 부산시내의 기록이다.
부산지역의 부마항쟁 기록을 담은 항쟁일지와 항쟁지도가 처음 발표됐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설 연구기관인 민주주의사회연구소(이하 민사연)는 16일 오후 4시 30분 부산 중구 영주동 부산민주공원에서 ‘응답하라 1979’ 전시 개막식을 열었다.
이날 전시에는 부산지역 항쟁을 정리한 항쟁일지와 항쟁지도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부마항쟁 관련 보고서와 논문이 발표된 적은 있지만 일지와 지도를 한데 정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에 주요 항쟁장소와 그 과정을 번호순으로 표시하고, 관공서와 계엄령 포고문 등 구조물ㆍ인쇄물도 재현했다. 항쟁일지는 부산대 총학생회 소책자와 관련서적 등을 토대로 시간 순으로 정리, 항쟁 진상규명을 위한 향후 연구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윤식 민사연 연구원는 “2013년 발효된 부마민주항쟁법을 토대로 현재 항쟁 참여자의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며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전시회 방식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항쟁일지와 지도는 오는 31일까지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를 주관한 민사연은 2000년에 설립,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연구와 정리, 새로운 민주주의 대안 모색, 민주주의 발전방안 등을 연구하는 단체다. 시민사회 의제를 다루는 계간지 ‘성찰과 전망’을 발간하고 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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