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조직 제일디엔에이(DnA)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스마트폰 앱 하루 사용시간은 평균 2시간 23분으로, 하루 식사·간식 시간 평균 1시간 56분(2014년 통계청 생활조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 맞춰, 게임 회사와 개발자들도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모바일 게임에 올인을 선언했으며 넷마블게임즈는 레이븐, 이데아,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등의 흥행에 힘입어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 최초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약진은 당장 TV만 켜도 확인할 수 있다. 황금시간대 TV 광고를 차지했던 자동차·아파트 광고는 그 자리를 모바일 게임에 넘겨줬다. 실제로 뮤 오리진의 장동건(웹젠), 이데아의 이병헌(넷마블게임즈), 고스트의 이정재(로켓모바일), 슈퍼셀 클래시 오브 클랜의 리암 니슨(슈퍼셀) 등 톱스타들은 모바일 게임 광고 모델로 등장하며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 금수저-IP, 2015년 트렌드를 말하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단어 중 '금수저'라는 단어가 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현실, 우리 사회의 고착화 된 양극화를 자조적으로 부르는 단어다.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성공할 수 없는 곳이 됐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를 확인해보면 1월 1일 매출 1~3위였던 클래시 오브 클랜, 세븐나이츠 for Kakao, 모두의마블 for Kakao은 1년이 지난 12월 1일에도 모두 매출 10위권 안을 지키고 있다. 새롭게 매출 10위권에 진입한 게임들 역시 모두 넥슨, 넷마블게임즈, 슈퍼셀 등 개인이나 인디가 아닌 대형 자본과 인력,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 대형 배급사에서 출시한 게임들이다. 지난 1일 클래시 오브 클랜,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이 빠진 구글 플레이 매출 1위 자리에는 히트(넥슨), 2위 레이븐(넷마블게임즈), 3위 이데아(넷마블게임즈) 등의 모바일 게임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 2015년 1월 1일과 12월 1일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비교. 메이크 인사이트 제공
기존에 존재하는 캐릭터나 디자인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드는 지적재산권(IP) 게임도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표적인 트렌드 중 하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하스스톤(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를 이용한 '프렌즈팝(NHN픽셀큐브)', 뮤 온라인의 향수를 자극한 '뮤 오리진(웹젠)', 네이버의 유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갓 오브 하이스쿨(와이디온라인)' 등은 대중에게 익숙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통해 올해 모바일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
■ 메르스부터 N포 세대까지, 시대상을 반영
네이버와 구글 검색어에 선정된 메르스(MERS)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2년 5월 출시된 '전염병 주식회사(Miniclip.com)'는 전염병을 퍼트려 세계를 멸망시키는 게임으로 메르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5월 말부터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 스토어 순위를 역주행하여 6월 2일 애플 유료 게임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 전염병 주식회사 앱 마켓 순위 변동 그래프. 메이크 인사이트 제공
'내꿈은 정규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구걸을 통해 돈을 모으고 거지부터 시작해 부자로 성장시키는 게임인 '거지 키우기' 역시 특별한 마케팅 없이 인기를 끌었고 지난 11월 23일에는 애플 앱 스토어 무료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게임 속에서라도 취업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 청춘들은 모바일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미래를 꿈꿨다.
다양성 없는 획일화된 사회,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만이 중요시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모바일 게임 트렌드에 나타났다. '레이븐(넷마블게임즈)', '뮤오리진(웹젠)', '이데아(넷마블게임즈)', '히트(넥슨)'에는 공통점이 있다. '역할 수행 게임(RPG)' 장르이며 모두 자동 전투가 가능하다.
액션 RPG 장르의 약진은 탄탄한 이야기 전개, 화려한 그래픽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개발사의 입장에서 다른 장르보다 확률형 아이템 등 다양한 방법의 수익화가 가능하고 게임 내 과금 유도가 쉽다. 때문에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거나 새로운 시도로 도전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RPG라는 장르를 활용해 수많은 게임들을 세상에 내 놓았다.
최근 액션 RPG에 필수 요소가 된 '자동 전투' 역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동시에 전투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없어지고 오직 결과와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여실 없이 나타내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2016년을 꿈꾸다
올해도 더 나은 게임과 시장을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존재했다. 지난 7월 게임 업계는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시행했고, 다양한 장르와 시도를 가진의 모바일 게임들도 출시됐다. 무료 배포 후 과금 유도가 아닌, 처음부터 유료화 모델을 선택한 로이게임즈의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는 8,800원이라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2일만에 구글 유료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실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 왼쪽부터 화이트데이, 도시를품다, 전염병 주식회사, 중년기사 김봉식, 용사는 타이밍. 메이크 인사이트 제공
실사 영상과 게임을 합친 시네마 게임 네오이녹스엔모크스의 '도시를품다 for Kakao'는 획일화된 게임 시장에 새롭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고, '무한의 계단' '중년기사 김봉식', '용사는 타이밍' 등 인디 게임도 대형화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 틈새를 공략하여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양한 게임들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많은 경제·경영연구소는 2016년 한 해도 올해와 같이 사회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리고 고령화, 저출산, 취업 문제, 세대간 갈등 등의 사회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예정이다. 대중문화는 그 시대 사회상과 가치를 반영한다. 내년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역설의 재미를 느끼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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