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개월째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60) 목사에게 종신노역형을 선고했다. 종신노역형은 북한 교화소에 갇혀 농사일과 집 짓기 등과 같은 노역을 하루 10시간 이상 평생 동안 해야 하는 형벌이다.
AP는 16일 평양발로 북한 최고법원이 이날 90분간 재판을 열고 국가전복 혐의를 인정해 임 목사에게 종신노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법원이 말하는 국가 전복 행위란 북한에 대한 비방, 남한과 미국 정부를 도와 북한 주민들을 납치하거나 유인하는 등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는 의미다. AP는 재판상황에 대해 “임 목사가 수갑을 찬 채 재판장에 들어왔다”면서 “판결이 내려지는 동안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질문에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고 전했다. 북한 검찰 측은 임 목사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으나, 임 목사의 변호사가 “그가 순순히 자백했다”고 선처를 구해 종신노역형으로 감형됐다고 전했다. 북한 언론은 임 목사의 재판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1986년 캐나다 이민 후 토론토에서 큰빛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하던 임 목사는 올 1월31일 양로원과 탁아소, 고아원 지원 인도적 사업을 이유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억류됐다. 그는 1997년부터 북한을 자주 방문했으며 방북 기간에는 탁아소와 교육기관 등에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임 목사 가족과 큰빛교회 측은 그 동안 억류된 임 목사에 대한 석방을 요청해왔으나 북한 당국은 묵살해왔다.
임 목사는 앞서 7월30일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엄중한 범죄는 공화국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심히 중상모독하고 국가전복음모행위를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북한을 왕래하면서 ‘종교국가’를 세우려 했고, 과거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고 시인했다. 임 목사는 반북 활동을 펼치는 단체와 인물을 공개하라는 요청에 해외 한인교회 목사 6명과 한국 교회 목사 7명의 이름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 목사가 거론한 인물들은 당시 “임 목사의 발언은 북한의 강압과 위협에 의한 기자회견”이라고 북한 당국을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2007년에도 한국계 캐나다인 김재열 목사를 억류했다가 추방했고, 2013년 10월에는 한국 국적의 김정욱 선교사를 억류해 지금까지 풀어주지 않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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