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오일머니’에 이어 ‘차이나 머니’가 세계 축구계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앞세운 ‘왕서방’들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비롯해 유럽의 명문 축구클럽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며 세계 축구계의 큰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중국 프로축구팀 상하이 상강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인 웨인 루니(30ㆍ영국)를 영입하기 위해 3년간 7,500만 파운드(약 1,343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각종 외신을 뜨겁게 달궜다. 앞서 7월에는 독일의 전설적인 감독 오트마르 히츠펠트(66ㆍ독일)가 광저우 헝다로부터 18개월간 연봉 2,500만 유로(약 323억원)에 감독 제안을 받았다. 히츠펠트 감독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거절했고, 루니의 상하이행도 확정되진 않았지만 중국 축구가 얼마나 거침없이 투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엄청난 물량 공세는 정치적인 측면과 맞물려 있다. ‘축구광’으로 소문난 시진핑(62) 중국 국가주석은 ‘축구굴기’를 선언하며 축구계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축구개혁 방안 50개조’를 발표하기도 했다. 축구를 통해 중국의 위상을 높여 국력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도 앞다퉈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왕젠린(61) 완다그룹 회장도 시진핑의 축구굴기 지원사격에 나섰다. 왕 회장은 지난 1월 스페인 프로축구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인수한 데 이어 한 달 뒤에는 월드컵 축구 중계권 독점 판매업체 ‘인프런트’의 주식 68.2%를 인수했다. 당시 왕 회장은 “시 주석에게는 3가지 꿈이 있다.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유치하고 우승하는 것”이라며 “인프런트가 3가지 꿈 실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가인 마윈(51) 알리바바 회장도 지난해 중국 프로축구팀 광저우 헝다 지분 50%를 12억 위안(약 2,000억원)에 매입했다. 최근에는 중국 국유펀드 차이나미디어캐피탈(CMC)이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모기업 지분 13%를 4억 달러(약 4,600억원)에 사들였다. 시 주석이 10월 영국 국빈 방문 당시 맨시티 구단을 찾은 지 한 달 만이다.
이제 유럽의 축구장 광고판에서 중국 기업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완지시티(GWFX), 왓포드(138.com)처럼 유럽 무대를 뛰는 선수들의 유니폼에서도 중국계 기업 상호를 쉽게 볼 수 있다. 투자에 대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201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나선 광저우는 17일 리오넬 메시(28)가 이끄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바르셀로나의 압도적인 우위가 점쳐지지만 세계 최고 클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겨룬다는 점만으로도 중국의 열기는 이미 달아오르고 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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