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개의 인연은 약 3만3,000년 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개의 조상 격인 회색늑대가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인간과 만난 후 길들여지는 과정을 겪었고,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를 거쳐 전 세계로 개와 인간의 ‘동거’문화가 퍼져갔다는 것이다.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중국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싱가포르 과학자 16명이 세계 곳곳에서 총 58마리의 견종을 대상으로 유전자연구를 진행한 결과 3만3,000년 전 최초로 인간에 길들여진 개는 이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중국 아메리카 등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해갔다. 야생의 개가 길들여진 후 어떤 여정을 거쳐 전세계로 확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첫 연구 결과물로 이 논문은 셀(Cell)지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회색늑대 12마리를 비롯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산 개 27마리와 각 대륙의 여러 다른 지역 출신 개 19마리의 유전자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들 조사대상에는 일명 사자견으로 불리는 티베탄 마스티프, 노아의 방주에 실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개인 아프간 하운드, 시베리안 허스키, 독일 셰퍼드, 치와와 등 반려견으로 널리 사랑 받는 견종들이 두루 포함됐다.
연구 결과 다른 견종에 비해 동남아지역 출신의 개들에게서 가장 높은 유전적 다양성이 드러났고 회색늑대와의 유전자 유사성도 컸다. 가디언은 “유전적 다양성이 큰 개일수록 계보에 있어 상위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유전적 다양성의 정도에 따라 계보를 거슬러올라가본 결과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개들은 1만5,000년 전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로 이동했고, 여기서 여러 단계의 교배를 거친 후 다시 1만년 전 유럽으로 동진해온 여정이 확인됐다. 이후 중국 북부지역으로 이동해오기까지 아시아의 여러 견종 유전자가 섞였고 최종적으로 아메리카대륙으로 길들여진 개들이 넘어갔다.
가디언은 “인간이 언제, 어디서 가장 먼저 개를 길들여 산책시키고 집을 지키도록 했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다”라며 “길들여진 개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합작한 가장 아름다운 유전적 산물이다”고 결론지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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