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후보와 쫓는 후보가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등 미국의 대 테러ㆍ중동 정책을 둘러싸고 불꽃 튀는 언쟁을 벌였다.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50일도 채 남기지 않은 15일 CNN 주관으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 공화당 대선 후보 5차 토론회는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다른 후보들이 맹공을 가하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특히 대 트럼프 공격의 선봉에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앞장을 섰다. 부시 전 지사는 이전 토론과는 달리 초반부터 작정한 듯 물고 늘어졌다. “도널드는 재치 있는 농담은 잘하지만, 대통령 후보로서는 혼돈의 후보이며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혼돈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의 막말과 거친 행동을 겨냥 “그런 식으로 대통령이 되는 길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시 전 지사의 공격이 계속되자, 트럼프는 토론회 중반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젭이 무척 거칠지만, 내 지지율은 42%이고 그는 3%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모처럼 부시 전 지사를 토론회 승자로 평가했으나, 지지율이 워낙 빠진 상황이어서 단 한 차례의 선전으로 대세를 돌이킬 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데 힘입어 지지율이 급상승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정면 조준했다. 루비오 의원은 “테드는 대 테러 정책에서 유약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법안에 반대했다”고 공격했다. 크루즈 의원은 “화재 현장에 있었다고 소방관을 방화범으로 몰고 있다”고 투표성향이 결코 유약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특유의 잘 계산된 깜짝 메시지를 전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미 정부는 실리콘밸리의 영리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해 인터넷 일부를 차단해서라도 이슬람국가(IS)가 온라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논란이 됐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공개 석상에서는 최초로 일축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대륙간탄도 미사일ㆍ전략 폭격기ㆍ핵잠수함의 세 가지로 구성된 미국의 전략 핵전력을 뜻하는 ‘트라이어드’(Triad)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회자 질문을 제대로 알아 들지 못해 망신을 당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처음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CNN 앵커 울프 블리처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와 벤 카슨에게 ‘김정은이 수소폭탄까지 보유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피오리나는 “김정은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위험한 지도자”라며 “우리는 그를 계속 고립시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카슨도 “우리는 북한이 재정적 궁핍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 여러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적 힘을 활용해야 한다”며 전형적인 대북 압박 정책 이상의 구상을 내놓지 못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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