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인도에서 태어난 소년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보며 공학도의 꿈을 키웠다. 잘할 수 있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좇았던 그는 정보기술(IT) 장비 제조업체와 경영 컨설팅회사를 거쳐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이후 웹 브라우저 크롬과 스마트폰용 운용체제 안드로이드 등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입사 11년 만에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의 대표가 됐다.
지난 8월 구글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순다 피차이가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두 달 전 방한한 구글 지주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처럼 서울 역삼동 구글캠퍼스서울을 가장 먼저 찾아 창업가들을 만났다. 질의응답 형식의 토크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직업도 집도 없는 백수’라고 밝힌 청년부터 교사, 중학생까지 사전 신청한 200여명이 참석했다. 먼저 피차이 CEO는 취임 소감에 대해 “매우 바쁘지만 특권이고 영광”이라며 “구글의 매력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인데 모바일 시대에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피차이 CEO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협업과 도전이다. 그는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며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일을 잘하고 익숙하거나 편한 사람들하고만 일하면 성장할 수 없다”며 “가능하면 자신보다 스마트한(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자극 받고 성장하라”고 조언했다.
피차이 CEO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실리콘밸리 특유의 사고 방식을 계속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처음 구글에 합류하고 놀랐던 것은 이전 직장들과 달리 새롭거나 다른 것을 제안했을 때 현재의 방식이 왜 더 나은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인 점”이라며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차이 CEO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늘 갖고 있다. 이를 이겨 내는 그의 방법은 실패를 통해 더 나은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는 “지금도 새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이용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걱정한다”며 “유튜브를 인수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비싸고 수익 구조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지만 지금은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그는 “20, 30년 뒤를 생각하면 당장 한두 개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며 “야심찬 목표를 향한 여정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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