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력학교에 학생용 컴퓨터 한대 없어요”
교사들 집단 비리 공개 파문
학부모ㆍ졸업생 오늘 추가 폭로
전북 A고교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교 비리를 폭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15일 “수업료를 월 100만원 넘게 받는 학교인데도 학생들을 위한 컴퓨터 한 대 갖추지 않고 있다”며 “학교는 고급 컴퓨터 게임인력 양성을 건학 목표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지난 12년간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학교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데도 컴퓨터실 자체가 없고 학생용 컴퓨터도 전혀 없어 학생들은 입학하면서 개인 노트북을 챙겨야 하는 실정이다. 교사들은 “설립자인 교장이 학교를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실습실과 컴퓨터가 없는 것은 맞다. 컴퓨터는 원래 있었는데 내구연한이 지나 폐기 처분했다”며 “컴퓨터를 수업시간 외에도 수시로 사용해야 해 효율성 측면에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학교는 정모(58)씨가 지난 2004년 문을 연 자율형 고교로 월 수업료가 특기적성비, 기숙사비, 급식비를 포함해 108만원에 달한다. 자율형 고교는 일반 학교보다 최대 3배까지 수업료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최대치를 받고 있다.
이 학교는 도서실도 10여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데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서 구입비 예산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기숙사는 좁은 방 하나에 6명이 나눠 쓰고 10년 동안 침대 매트리스도 겨우 한 번 갈았을 정도다. 이 때문에 높은 수업료를 받지만 학생 교육을 위한 시설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종 비리도 불거졌다. 급식비 일부가 교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건축비로 전용되고 상한 식재료가 자주 납품돼 문제를 삼았지만 학교 측이 번번이 묵살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방학 등을 이용해 진행되는 중학생 영재교육, 영어캠프 등은 동원된 교사들에게 강의료를 거의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사들은 프로그램당 10만~15만원의 수강료 상당 부분이 교장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 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학교 정모 교장은 아내와 지인을 기숙사 관장과 방과 후 교사로 채용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해 4억여원을 횡령했다가 최근 구속된 상태다.
학교 측은 “학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은 교장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졸업생은 16일 학교 비리를 추가 폭로할 예정이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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