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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전쟁 다시 불붙나… 미국 빼고 다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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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전쟁 다시 불붙나… 미국 빼고 다 내린다

입력
2015.12.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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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7거래일 연속 위안화 절하

“달러 아닌 통화바스켓에 연동”

관리방식 변경해 추가 절하 예고

유로존도 양적완화 확대 시사

수출 늘지만 외화 채무도 증대

자금 이탈 부작용이 더 클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에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 양적완화(채권매입을 통한 유동성 확장)에 나선 유럽과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가세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경쟁이 급속히 번질 조짐이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에 나서며 주요국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통화완화 흐름이 가뜩이나 부진한 글로벌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15일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거래일보다 0.0064위안 오른 6.4559위안으로 고시했다. 7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다. 전날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위안화 환율을 (달러화가 아닌)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환율관리 방식 변경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16일(한국시간 17일)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것에 대비해 본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안화가 상승세를 타는 달러화에 연동된다면 경제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풀이했다.

중국이 통화가치 절하를 본격화하면서 세계 4대 경제대국(미국 중국 유로존 일본) 중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공격적인 통화완화에 나선 모양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4일 "물가상승률 목표치(2%) 달성을 위해 ECB가 쓸 수 있는 실탄과 능력은 무한대"라며 추가적 완화조치 가능성을 재차 확인했다. 앞서 ECB는 지난 3일 이미 마이너스(-0.2%)였던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3%로 내리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6개월 연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미국 금리인상의 부담감에도 불구,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할 태세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달 1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75%→2.5%) 인하했다. 기준금리 제도를 도입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캐나다 러시아 인도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스웨덴 노르웨이는 이번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완화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라 신흥국들이 잇따라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렸던 지난 8월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남들보다 더 강하고 신속하게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증가 등 실물경기 개선을 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리란 것이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 유럽 등 기축통화국이 자국 경기부양에 맞춰 통화정책을 펴면서 동시다발적인 자국 통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환율전쟁은 결국 '제로섬 게임'인데 승자에게 돌아갈 파이가 예전처럼 크지 않다보니 경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환율전쟁 확대에 따른 우려도 크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가치가 절하되면 수출이 늘어나 경기를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외화표시 채무 부담이 늘어나 기업 투자 및 지출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기대하는 실물경기 부양 효과가 금융 채널을 통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흐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화가치 하락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지면서 신흥국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절하 역시 중국의 수출경쟁력 확대에 따른 수혜보다는 외국인 자본유출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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