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방안(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14일 발표됐다. 전국은행연합회가 마련하고 금융위원회가 시행계획을 밝힌 새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사실상 가구별 대출총액 규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완화시켜 1,2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주택경기 이상 징후 등을 감안해 수도권은 내년 2월, 지방은 내년 5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새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그 동안 담보능력에 맞춰 부풀려졌던 은행권 대출 가능액을 소득에 연계한 상환능력, 곧 차주의 ‘갚을 능력’에 맞게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주택대출을 포함한 모든 금융부채의 원리금을 분할상환한다는 가정 하에, 대출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을 도입해 80%(예정) 내에서 대출총액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만 가능토록 했다. 아울러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감안, 변동금리대출에는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금리)’를 적용해 총 대출 가능액 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당초 계획보다 적잖이 후퇴해 실효성이 우려된다. 최근 분양물량 급증과 함께 예년보다 3~4배나 빠르게 급증해 위험을 키운 아파트 집단대출을 분할상환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뺀 것은 주택경기를 고려해 핵심을 외면했다는 평가다. 또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도 높고 증가세도 가팔라 위험이 더욱 클 수 있는 신용대출 대책이 빠진 것도 추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새 가이드라인은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주택경기 급랭은 막아야 하는 상충적 상황에 처하다 보니 일단 ‘돈 줄 죄기’시늉만 한 꼴이 됐다. 그래도 실제 대출을 추진하는 가계로서는 대출액이 줄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며, 자칫 금리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동안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 자체가 무리했기 때문에 부담을 높여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을 규제하는 건 옳다. 하지만 새 가이드라인이 가뜩이나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치솟은 전ㆍ월세금을 대출로 조달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가계에까지 억울한 부담을 더 지우는 부작용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의 무차별 적용으로 대출 금리 등이 부당하게 올라 전ㆍ월세자금 대출자가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확실한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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