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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냉동식품 ‘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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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냉동식품 ‘혼밥’

입력
2015.12.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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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중퇴하고 미국 농무부에서 일하던 클래런스 버즈아이(1886~1956)는 1912년 생물표본 수집 차 알래스카 출장 도중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에스키모가 갓 잡은 생선을 매서운 추위 속에서 바로 얼린 뒤 보관해 놓고 몇 달간 요리재료로 쓰는 모습을 본 것이다.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단돈 7달러로 선풍기, 소금물통, 얼음조각을 산 뒤 급속 냉동법 연구를 시작했다. 1925년 버즈아이는 냉동기를 발명했지만 냉동 생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매출은 저조했다.

▦ 버즈아이는 제너럴 씨푸드사를 설립, 냉동 해산물 판매를 시작한 뒤 점차 소고기 돼지고기 과일 야채 등으로 냉동식품 종류를 확대했다. 1929년 제너럴 씨푸드사와 냉동기술 특허권을 통째로 매각한 버즈아이는 장기간 보관과 신선도 유지가 가능한 냉동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의 발명은 미국 가정과 식탁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요리 시간 단축으로 직장을 다니는 주부들의 가사 부담이 크게 줄었다. 1930년대 이후 미국 가정에 냉장고 보급이 확대되고 냉장고의 냉동 칸 크기가 커진 것은 버즈아이의 냉동기술 덕분이다.

▦영하 40℃이하에서 급속 냉동을 하면 식품에 미세한 얼음 결정이 생겨 세포나 조직이 파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된다. 냉동식품은 비타민 등 영양성분의 손실도 적다. 다만 냉동실에 오래 보관하면 식품이 건조하고 지방질의 산화 작용이 발생해 색깔이 변하기 쉽다. 냉동과 해동은 식품 종류에 따라 다르다. 채소는 더운 물에 살짝 데친 뒤 얼렸다가 뜨겁게 가열해 녹이는 게 좋다. 반면 과일은 날 것대로 얼린 뒤 반쯤 녹여 먹는다. 냉동 조리식품은 냉동고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것으로 족하다.

▦버즈아이가 산업화한 냉동 조리식품이 청춘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결과 20대의 54.5%가 집에서 ‘혼밥’으로 냉동식품을 먹는다고 답했다. 조리가 간편하고 장기 보관이 가능한데다 식당 음식보다 싸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유명 요리 전문가가 기획 생산한 3,500원짜리 도시락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질이 높아진 것도 배경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최저 시급 5,580원(내년 6,030원) ‘알바’로 힘겹게 생활해 내야 하는 청춘들의 현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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