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병원’(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진 명의를 빌려 설립한 병원)을 세운 뒤 허위로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타내다 적발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이 올해에만 5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15일 불법으로 의료생협 인가를 받아 운영된 사무장 병원 53곳을 적발해 이날까지 병원장 등 78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으며, 이들 기관에서 허위로 청구한 국민건강보험 급여는 78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무장 병원 유형에는 일반의원이 31곳으로 가장 많았고, 한의원 9곳, 요양병원 7곳, 치과의원 2곳 등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의료생협이 개설한 의료기관 67곳에 대한 합동 실태조사를 벌여, 불법ㆍ부당행위가 발견된 61곳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의료생협은 최소조합원 300인 이상, 최저출자금 3,000만원 이상을 갖춘 비영리법인으로서 배당금지 기준을 지키면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아 설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상당수가 지인들을 조합원으로 허위 가입시키는 수법으로 이름뿐인 의료생협을 설립한 뒤, 병원을 개설해 요양급여비를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과정에서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출자금을 대신 내주는 등 편법으로 설립요건을 충족시킨 경우도 적지 않게 확인됐다.
의료생협이 사무장 병원 개설 통로로 악용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에는 의료생협 인가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유관기관과 공조체제를 바탕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생협을 강력히 단속해 의료기관 공공성 제고와 건보재정 누수 방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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