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선임병에 가혹행위 당해
정신과 진료 받고 자살 시도도
인권위, 의무소방원들 수사 의뢰
국가인권위원회가 후임병에게 반복적으로 가혹행위를 일삼은 의무소방원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강원도의 한 소방서에 의무소방원으로 입대한 이모(23)씨는 같은 해 7월부터 한 달간 선임병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 조사 결과 최선임병 A(23)씨는 이씨를 생활실 캐비닛에 들어가게 한 뒤 문을 잠그거나 생활실에 세워두고 발과 손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다른 선임병 B(22)씨는 생활실 침대 사다리 안에 이씨의 목을 집어 넣고 누르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두 사람은 10여차례에 걸쳐 이씨의 다리를 벌리게 한 뒤 발로 이씨의 성기를 흔드는 등 성추행을 일삼기도 했다.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이씨는 지난해 9월 외박을 나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적응장애, 사회공포증 등 증상을 보여 6개월 이상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입원 치료 과정에서 6차례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등 후유증도 심각했다.
인권위는 선임병으로서 지위를 이용, 후임병에게 공포심과 굴욕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반복해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가했다며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고참들의 행위가 형법 제260조의 폭행죄에 해당하는 만큼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소방서가 사건을 초기에 파악하고도 단순 장난으로 치부해 ‘공무 중 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소방서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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