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규(왼쪽)-최영필.
93학번 4명 중 진갑용(41ㆍ전 삼성)과 손민한(40ㆍ전 NC)의 은퇴로 내년 시즌 프로야구 최고령 현역 선수는 최영필(41ㆍKIA)과 이병규(41ㆍLG)의 몫이 됐다. 황금 세대로 불린 92학번들이 모두 퇴장한 데 이어 93학번도 이제 둘이 마지막이다. 생일까지 따지면 1974년 5월생인 최영필이 최고령, 10월생인 이병규가 두 번째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존경 받고 팬들에게 박수 받는 둘을 대하는 소속 구단의 온도 차는 사뭇 다르다. 최영필은 김기태 감독과 구단의 신임을 얻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그는 '가늘고 길게' 현역 생활을 오래 지속하는 경우다. 1997년 현대 입단 후 세 차례 방출을 당하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13시즌을 마치고 SK에서 세 번째 방출을 당할 때는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다. 그러다 모교인 경희대 인스트럭터로 참가한 대만 캠프에서 당시 정회열 KIA 코치의 눈에 들어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지난해 6월부터 1군에 올라가 40경기에서 4승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19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연봉도 5,000만원에서 올해 1억3,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엔 더 빛났다. 59경기에 나가 5승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최영필의 롱런 비결은 피나는 자기 관리와 포기를 모르는 의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마운드에서의 수 싸움으로 평가된다. 최향남(오스트리아 다이빙 덕스)과 류택현(LG 코치)의 계보를 잇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이병규는 3년 FA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지난 달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만큼 팀 내 입지는 좁아졌다. LG는 2000년대 초반 이상훈, 서용빈, 유지현(이상 LG 코치), 김재현(한화 코치) 등 30대 초ㆍ중반에 불과했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팀을 떠난 뒤 구심점이 사라져 최악의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김기태 전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았던 2013년 베테랑 선수들을 끌어 모아 팀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았다. 그는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팀의 전력이며 그들에게 예우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양상문 LG 감독은 지난해 시즌 도중 부임 일성에서"베테랑 선수들을 인위적으로 배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지만 2년 간 김선우, 현재윤, 임재철, 권용관, 이상열, 박경수, 이진영이 팀을 떠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승엽의 은퇴 시기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시기가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큰 역할을 맡기고 있다. 이승엽은 녹슬지 않은 기량과 함께 2년 후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병규도 불과 2년 전인 2013년 역대 최고령 타격왕에 올랐지만 지난해부터 부상을 당한 이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주전이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하고 싶은 이병규의 2016년은 험난해 보인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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