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의 연말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이 거듭 압박하는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처리와 관련해선 “상식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정 의장은 15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날이 내년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이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의 활동 시한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오늘도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의장이 결단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 선거가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기일과 관련해선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인) 입법 비상사태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시점으로 연말”이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연말인 31일까지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현행 모든 선거구가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다. 이날도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한다면 31일을 심사 기일로 지정한 뒤,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선거구 획정안을 세 가지로 언급했다. 정 의장은 “여야가 각각 주장하는 안과 이른바 ‘이병석안’의 세 가지 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병석안’은 새누리당 소속이자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이병석 의원의 중재안으로, 정당 득표율의 50%를 의석 수에 반영하도록 비례대표 당선자수를 지역구 당선자수와 연계(연동형 비례대표제)해 결정하자는 ‘균형의석제’다.
앞서 새누리당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1 이내’에서 ‘2:1 이내’로 축소하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현재 246명인 지역구 의원을 7명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원을 7명 줄이자는 안을 요구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구 증가에 찬성하면서 ‘이병석안’의 변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제시한 상태다.
정 의장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40% 연동형 비례대표제까지 얘기했는데 문재인 대표에게도 이를 검토해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 국가비상사태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과 관련해서는 “내가 가진 상식에 맞지 않다”며 “의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국민들이 오도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날인 1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건 의장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하는 등 여당 의원들이 거친 언사로 자신을 비난한 데도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정 의장은 “그것은 말의 배설이자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내가 참기 어려운 불쾌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 의지를 거듭 밝힘에 따라 이날 여야 지도부간 선거구 획정안의 막판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