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마음 드림’ 세 번째 행사로
비판적 동호회 보배드림 회원 초청
안전성 문제 제기하다 고소 당했던
박 명장 관련 질문엔 불명확한 입장
현대자동차가 현대차에 반대하는 안티 네티즌들과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 놓는 이색 간담회를 14일 가졌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 양재동 더 케이호텔에서 네티즌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현대차 경영진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마음 드림’의 세 번째 행사다. 앞서 10월 김충호 사장, 지난달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이 각각 일반 소비자와 이공계 대학생들을 만난 것과는 달리 이날 행사는 현대차를 ‘흉기차’로 부르며 현대차에 가장 비판적인 인터넷 동호회 ‘보배드림’ 회원들이 참석해 유난히 긴장감이 흘렀다.
현대차는 일부러 쓴 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3~9일 홈페이지에 참가를 신청한 1,512명 중 100명을 선정하면서 3분의 1을 보배드림 회원들로 채웠다. 간담회는 사전 접수한 질문에 대해 국내영업본부장인 곽진 부사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니나 다를까, 토론회는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적인 발언으로 시작됐다. 곽 부사장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현대차가 차량 화재 관련해서 조사도 제대로 안 했고, 조사 내용도 대외비라고 공개하지 않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날 선 질문을 던졌다. 곽 부사장은 “사고를 당한 고객의 입장을 헤아리고 응대했어야 했는데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사고 발생 시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과 공동 조사단을 꾸려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차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들도 초빙할 것이고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다 현대차로부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던 박병일 자동차 정비 명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1,000만 안티 보배드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가자는 “박 명장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만큼 실수에 대한 부분을 사과하고 협업할 생각은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곽 부사장은 “담당 중역들과 상의하겠다”고 했을 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안티 네티즌을 불러서 해명을 하려고 시도했다는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소통하겠다는 행사인데 최근 출시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것과 박 명장 사건에 대한 불명확한 입장 표명 등은 아쉬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참가자는 “이제 소통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이해한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소통의 폭을 넓혀갈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내년부터 ‘H-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옴부즈만으로 선정된 소비자들이 신분을 숨긴 채 현대차 직원들의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문제점을 짚어보고, 상품 개선과 신차 개발 관련 제안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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