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1ㆍ14 민중총궐기 대회가 5ㆍ3사태와 유사하다고 보고 대회를 주최한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ㆍ폭력행위 전반의 책임을 집회 주최자인 민주노총에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찰이 일반 집회에서 벌어진 행위에 대해 무리하게 소요죄를 적용하려 든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소요죄는 3ㆍ1운동 당시 등장해, 1986년 5ㆍ3 인천사태에 마지막으로 적용됐다.
서울경찰청 불법ㆍ폭력시위 수사본부는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는 소요죄가 적용됐던 1986년 5월 3일 인천사태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 사건의 판례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5ㆍ3 인천사태는 1986년 재야와 학생운동권이 대통령 직선제 추진을 놓고 신한민주당과 반목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다. 당시 인천시민회관 주변에서 1만여명의 시위대가 방화 등을 시도하면서 폭력시위를 벌여 8시간 동안 일대 교통이 마비되고 경찰 191명이 부상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요죄 적용과 관련, “지난달 1차 집회를 조직적으로 사전에 기획하거나 모의한 것에 대한 입증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주동자급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요죄 구성요건은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를 한 행위로 일정 지역의 사회적 평온을 해할 정도”라며 “당시 시위대가 서울광장, 태평로, 서린동까지 점거하고 시간도 짧지 않아 소요죄 구성요건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15일까지 한 위원장에 대한 소요죄 부분 조사를 마무리하고, 늦어도 18일 전까지는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1차 집회 당시 경찰의 차벽 설치가 시위대를 자극한 측면이 있고 시위도 ‘사회적 평온’을 해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소요죄 적용에 반발하고 있다. 또 시위대에 대한 소요죄 적용은 5ㆍ3 인천사태 이후 30년 만이어서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진보단체 민중의 힘이 서울광장과 서울역광장에서 19일 열기로 한 3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해 금지를 통고했다. 경찰은 재향경우회와 고엽제전우회의 집회 시간과 장소가 겹친다는 것을 금지 이유로 들었으나 보수단체의 ‘알박기 논란’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 제8조에 따르면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 신고가 있는 경우, 목적이 상반되면 나중에 접수된 집회를 금지 통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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