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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0명... 거리서 외롭게 죽어가는 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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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0명... 거리서 외롭게 죽어가는 노숙인

입력
2015.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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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질병에 시달리는 노숙인들

자연사 아닌 사망 해마다 증가세

무연고까지 합하면 1000명 넘어

시민단체들 홈리스 추모관 개관

“공영장례제도 도입 등 복지 시급”

40여개 시민단체·노동단체로 구성된 '2015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이 14-22일을 노숙인과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주간으로 정한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해치광장 안 지하보도에 마련된 사망한 홈리스들을 추모하는 공간에 시민들이 노숙자들을 위해 기부한 목도리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40여개 시민단체·노동단체로 구성된 '2015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이 14-22일을 노숙인과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주간으로 정한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해치광장 안 지하보도에 마련된 사망한 홈리스들을 추모하는 공간에 시민들이 노숙자들을 위해 기부한 목도리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 지하대피소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강모(47)씨의 일상은 단순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은 구세군, 점심은 서울역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서울역 근처를 배회하다 저녁이면 지하대피소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러던 중 올해 5월 강씨를 지켜본 한 지하대피소 직원이 “간질병이 있는 것 같으니 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고, 비로소 본인의 질환을 알게 됐다. 물론 치료는 엄두도 못냈다. 비가 내리던 7월의 어느 날 새벽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피소 계단을 오르던 강씨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노숙인들이 주로 찾던 국립의료원에서는 그를 받아줄 여력이 없었다. 강씨는 급히 대형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시기를 놓쳐 결국 사고 당일 저녁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강씨의 죽음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집 없이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 쓸쓸히 거리에서 죽음을 맞는 노숙인은 한 해 3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2011년 발표한 ‘우리나라 노숙인 사망실태’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5명이던 노숙인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해 2005년 300명, 2006년 325명에 이어 2009년에는 357명까지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조사 결과, 무연고 사망자까지 합할 경우 그 수는 1,000명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모두의 무관심 속에 세상과 작별하는 노숙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14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됐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공동행동과 무연고자의 장례를 치러주는 복지단체 ‘나눔과 나눔’ 등 44개 단체로 구성된 ‘2015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이날 광화문역사 안에 노숙인ㆍ무연고 사망자 시민추모관을 개관했다. 역사 한 쪽에 마련된 위패에는 올해 사망한 노숙인과 무연고자 이름이 적혀 있고 위패마다 흰색 장미 한 송이씩 놓여 추모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재외동포 3세(염알렉산더), 외국인(다니엘), 심지어 이름조차 모르는 무명씨 등 50명의 죽음이 뒤늦게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나눔과 나눔’의 박진옥 사무총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장례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영장례제도의 도입과 현재 75만원에 불과한 기초생활보장 장제 급여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5일에는 홈리스의 외로운 죽음을 막기 위해 쪽방촌 주민의 주거상실 대책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또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추모제도 개최한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들은 자연사가 아니라 질병 등으로 죽는 경우가 많고 평균 사망나이도 48세로 일반인에 비해 낮다”며 “주거, 의료, 일자리 등 거리 이웃을 위한 복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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