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부두 선술집 ‘부산관’서
1940~50년대 생활상 증언
인천 ‘골목길 보물 찾기’ 프로젝트
나무 전신주 등 문화유산 108개 발굴
상당수 개발로 철거 위기 놓이는 등
보존·활용법 마련도 시급해
인천 동구 화수부두의 선술집 ‘부산관’에는 화덕과 난로, 식탁으로 두루 쓰이는 독특한 구조물이 있다. 지름과 높이가 1m 남짓 되는 원통 모양의 연탄화덕은 1940~50년대 생활상을 보여준다. 연탄불이 올라오는 화덕 한가운데에선 주인이 찌개를 끓이고 손님들은 화덕 가장자리를 탁자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풍경이 상상된다.
이 화덕은 현재의 이동식 탁자가 나오기 전에 등장했다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관을 운영 중인 유임상(91·여)씨는 “1965년 가게를 구입했는데 당시에는 3개의 화덕이 있었지만 나중에 두개는 부숴지고 하나만 남았다”고 말했다.
부산관 화덕을 비롯,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방치되고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인천 중·동구지역 문화유산들이 시민들 손에 의해 빛을 보게 됐다.
인천문화재단과 대안적 미술활동 공간 ‘스페이스 빔’이 추진한 ‘골목길 숨은 보물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해설사, 주부 등 시민참가자 14명은 7월부터 5개월간 문화유산 108개를 발굴했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김현석 시민과 대안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자문위원을 맡았다.
지어진 지 80~90년이 된 중구 신흥동 일본식 주택 군락과 조선기계제작소(현 두산인프라코어) 근로보국대 합숙소 건물을 비롯 일제강점기 건립된 중구 답동 묘각사 계단석 등 관광지도 등에 소개되지 않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들이다. 1910년 대 만들어진 자유공원 인근 인천세관용지 비석과 철이십일 비석, 송현시장 인근 해방우물 기념비와 신흥동과 송림동의 나무 전신주 등도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문화유산 상당수가 방치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관도 화수부두 수산관광 활성화 사업 부지에 포함돼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는 등 보존과 활용법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적절한 개·보수 작업 없이 계속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중구 신생동 옛 일본신사(현 인천여상)의 석물들, 경인국철 인천역사 등 문화유산 20개가 개발계획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송림동 도시형 한옥 군락 등 75개는 일부 보수만 이뤄진 채로 아직까지 사용 중이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민간에서 문화유산의 시간·공간적 특성을 잘 살려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전문가와의 협력 없이 잘못된 개·보수로 고유의 특성이 사라진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역사, 문화를 파괴하는 천박한 관광 정책과 사업 속에 외면 받는 역사문화생활 관련 보물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인식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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