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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치료 효과 과학적 검증 나선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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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치료 효과 과학적 검증 나선 한의원

입력
2015.12.1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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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오른쪽)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과 박양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이 지난달 12일 임상시험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하이키한의원 제공
박승찬(오른쪽)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과 박양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이 지난달 12일 임상시험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하이키한의원 제공

국내 한 성장클리닉이 한방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이키한의원은 지난달 12일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임상시험센터와 임상시험에 관한 연구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한의원은 이를 통해 그동안 개발해 내놓은 천연 한약재 추출물의 치료 효과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를 실시하고, 치료법 표준화 등 한방의 과학화에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하이키한의원은 성장과 성조숙증 전문 클리닉으로 전국에 16개 네트워크 한의원을 두고 있다.

하이키한의원은 지난 1990년대부터 성장과 성조숙증에 맞춘 고유의 한방 치료제를 잇따라 선보이는 한편,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작업에 매달려 왔다. 천연 한약재 추출 신물질(KI-180)의 성장호르몬(IGF-1) 분비 촉진 임상연구(2004년), EIF(Estrogen Inhibiting Formulae) 조성물의 성조숙증 치료 효과에 대한 한국식품연구원과의 공동 연구(2015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은 이번 MOU 체결와 관련, “그동안 선보인 한방 치료제의 효과와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임상연구는 성장치료제 KI-180과 성조숙증 치료제 EIF가 대상이다. 천연 한약재 성분이 신경계와 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기초연구를 지난달 시작했다. 이어 독성 및 동물실험을 하고,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2편 정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뒤, 제약사의 신약 개발 시처럼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일정이다.

박 원장은 그동안의 한방의 기초 및 임상 연구가 ‘우물안 개구리’식이었다고 했다. 박 원장은 “동물실험과 임상 적용 등을 통해 특허 받고 치료효과도 검증 받았지만 과학의 냉철한 잣대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며 “앞으로 한방 처방 효과를 전 세계 누가 봐도 인정하도록 차근차근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 원장이 본격적인 임상연구에 눈을 돌리게 된 데는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방 치료제는 특허를 받더라도 비슷한 제품의 출시나 특허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10가지 한약재를 사용한 치료제로 특허 등록을 마쳤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여기서 한두 가지 약재를 뺀 다른 치료제를 출시하거나 또 다른 특허를 신청할 경우 기존 특허를 근거로 이를 막지 못한다. 박 원장은 “2007년 KI-180 특허 출원으로 구성 성분이 공개되니까 여기저기서 비슷한 치료제가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한방 처방은 기본적으로 1,000가지를 헤아리는 약재 간의 조합이다.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약재는 인삼, 감초 등 300가지 안팎이다.

박 원장은 보험체계 편입이 현재 침체의 늪에 빠진 한방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는 “한방은 수천, 수백년 동안 처방돼 치료효과가 입증됐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며 “어느 한 가지 약재가 100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됐다는 건 생명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한방 치료는 보험 적용이 안돼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한방 처방의 오랜 역사를 말하면서 한의학 고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동원십종의서(東垣十種醫書)’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등을 인용했다. 예컨대 지금껏 널리 쓰이고 있는 ‘보중익기탕’의 처방은 중국 금나라 시대 명의인 이동원(李東垣)의 ‘동원십종의서’에 기원을 둔 것이라는 것.

박 원장은 성장 및 성조숙증 치료와 관련해서는 “환자와 가족들이 한의원을 찾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한방도 과학화를 통해 거듭나기를 하는 한편, 보험 적용을 받아 환자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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