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검열에도 반대할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입니다. 의견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현대미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르토메우 마리(49)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4일 임기 첫 날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의 기자회견으로 시작했다. 임명 전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관장 시절 전시작품 검열 논란에 대한 해명부터 했다. 그는 “예술가의 작업, 큐레이터와 미술관은 공공 영역에서 존재하기 위해 자유ㆍ신뢰ㆍ공동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며 “책임이 수반되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문화예술계의 정치적 검열 사건들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알지 못한다. 작가 및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알아가겠다”고 답해 국내 미술인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임기 내 과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이용자에게 현대미술을 설명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도입’을 꼽았다. 마리 관장은 자신의 국제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관의 국제적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이미 한국의 뛰어난 미술작가들이 해내고 있는 일이기에 이들과 협업한다면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육기능 강화에 관해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경향을 설명할 수 있는 담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담론을 구축하고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미술 연구기관과 협업하고 다양한 언어로 된 한국미술 서적을 발간할 것”이라 밝혔다.
마리 관장의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한국미술계 내 파벌 문제 해결’의 복안을 묻는 질문에는 “더 탁월한 작품과 전시를 보여줄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열의에도 불구하고 마리 관장은 첫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서 의사소통에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기도 했다. “해외 미술인들의 지지 성명에 직접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한국 내 나의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1년 내 어눌한 한국어로나마 작가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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